앵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과 한국, 일본이 아닌 벨라루스와 관련한 담화를 내놨습니다. 주요국에 대한 담화가 아니라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은 김 부부장이 벨라루스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북한과 벨라루스(벨라루씨) 간 최고위급 관계 문제와 관련한 입장을 북한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이번 담화를 통해 벨라루스 대통령이 북한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나라들과의 협조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최고위급 상봉, 즉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최소한 내가 알고 있기에는 그러한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김 부부장은 "벨라루씨 측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적어도 두 해 전부터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데 대해 잘 알고 있다"며 "협조적인 관계 발전을 희망한다면 자기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사실여부와 솔직성은 국가간 쌍무관계에서의 출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11월 26일 남북 국경 인근에 한국이 보낸 전단과 물품이 떨어졌다며 비난하는 입장을 내놓은 이후 약 두 달 만입니다.
북한에 있어 벨라루스는 외교 관련 비중이 적은 국가이고, 그동안 김여정 부부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관련한 담화만을 내놨기 때문에 이번 담화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20일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외의 국가와 관련된 김여정 명의의 담화는 2021년 이후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일부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북한과 벨라루스의 양국관계를 지켜보겠다면서 양자 협력 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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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벨라루스에 대한 북한의 달갑지 않은 입장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미국과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벨라루스와의 정상회담 언급 자체를 불쾌하게 여겼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0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북한과 벨라루스의 국격은 동급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 담화를 통해 보여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좀 더 국격이 높다, 이런 것을 강조할 의도가 아니었다면 굳이 김여정의 담화 형식으로 입장이 나올 필요는 없다"며 "담화에서 주요 내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은 북한은 벨라루스와 급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왜냐하면 지금 시점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고 북미 정상회담이 조금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러북 정상회담을 진행해서 상당히 지위가 올라갔다고 자기들은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지금 벨라루스 정상이 여기에 숟가락을 얹겠다, 이는 북한이 볼 때 용납이 안 된다는 겁니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벨라루스가 북한과의 관계 발전에 더욱 적극적인 반면 북한은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에 집중하려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 벨라루스가 러시아, 벨라루스, 북한 간의 어떤 '삼각 동맹'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처럼, 그런 담론들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는 (북한이) 러시아에 집중하고 싶은 건데, 다른 나라가 사이에 껴서 어떤 구도를 만들어 내려고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일단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어 현 부원장은 "지난해 벨라루스 외무장관이 방북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농업협력 논의도 있었지만 구체화된 것이 없다"며 "북한이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북러관계에 벨라루스가 끼어드는 것을 하찮게 여기는 모양새"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목용재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