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동독과 달리 핵보유...‘두 국가론’ 장기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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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과거 구 동독이 내세운 '두 민족론'과 비슷하지만, 핵무기를 기반으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대남 전략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원식 책임연구위원이 24일 ‘구 동독의 2민족론과 북한의 동족관계 부정’을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김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두 국가론’을 주장하기 위해 동족관계를 부정하고 나선 것은 결국 한국과의 체제경쟁에서 수세에 몰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독일 분단 시기인 1970년대 초반, 구 동독이 기존 통일 노선을 폐기하면서 ‘두 민족론’을 내세웠던 배경과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동독이 서독과의 민족 동질성을 부정하려 했음에도 결국 시민들을 설득하는 데서 한계를 보인 것과는 달리, 강력한 자체 핵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보다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남북협력에서 오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고, 자체 핵무력을 강화해 안보 취약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 이를 뒷받침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1970년대에는 세계적으로 ‘데탕트’(détente), 즉 냉전 대립 구도가 완화되는 분위기가 퍼져나간 반면 북한은 동북아시아 내에서 한중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력 강화를 통한 대남·대미 위협 강화는 물론 신냉전구도를 남북 체제경쟁 기반으로 삼으려고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이 같은 북한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한민족 부정 시도를 비판하면서 민족 동질성 인정 요구를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럼에도 ‘적대적 두 국가론’과 동족관계 부정 기조에 따라 남북 대치가 길어지거나 심화되는 경우 한국 내에서 ‘탈 민족주의’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 한국, '두 국가론' 장기화 대응 정책 필요"

‘적대적 두 국가론’과 동족관계를 부정하는 주장으로 인해 남북 경쟁체제 복원 및 대결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한 새로운 대북정책 패러다임과 통일 담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서독 당국이 동·서독의 2국가성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독일 민족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유지했던 것처럼, 한국도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상의 ‘특수관계론’과 통일 추진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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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선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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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두 국가론’이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대남 전략이 될 것이란 전망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 4일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의 말입니다.

[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지난 4일)] 78년 역사를 부정해야 하는데 한 번의 교육으로 되겠습니까? 어떤 상징체계를 마련해서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인식을 시키고 통제하고, 또 어떤 성과를 보여주고 하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지난 4일 열린 외교·안보 토론회에서, 전문가들도 지금은 ‘두 국가론’이 전술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적 변화에 가깝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단기간 내 남북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 정영철 서강대 교수(지난 4일)] 적어도 올 한 해 북한이 보여줄 대남 정책에선 한국은 그 시야에서 사라져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대남 적대' 보다는 '대남 무시' 정책이란 표현이 맞지 않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정 교수는 최근 북한의 당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 토론된 의제와 의안들에선 대남 관계에 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분석하면서, “당분간 남북 관계와 관련한 ‘현상 변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