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북대화 재개시 소외 가능성...적극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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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내년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북대화가 언제든 재개될 수 있고,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적 혼란을 최대한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트럼프 행정부 2기 미북 대화 가능성과 조건 분석’을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양한 계기로 북한을 언급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미북 조기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었다기 보다는 자신의 취임을 전후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친분을 강조하고 있잖아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나 7차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임기 초 외교·안보 우선순위 과제를 처리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 외교 우선순위 과제에 북한 문제가 올라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동정세 안정, 대중국 무역전쟁 등을 그보다 앞선 과제로 꼽았습니다.

다만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확정되고 나면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한 번 미북 정상회담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행정부 당시 미북 정상회담 경험으로 대북 문제에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고, 실제로 자신만이 김정은을 상대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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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9년 2월 27일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대사를 ‘특별 외교 임무 담당 특사’로 지명하면서 북한 문제를 담당할 것이라고 소개했고,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를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임명하면서는 자신과 김정은의 협상을 도왔다는 이력을 내세운 바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할 때와 달리 트럼프 측에는 수위를 조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북한이 내비치는 기대감 또한 미북대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김 총비서가 지난 9월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을 공개한 것, 10월 말엔 ICBM을 발사한 뒤 ‘최종 완결판’이라고 규정한 것도 앞선 사례로 볼 때 미국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후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김 총비서의 신년사를 기점으로 남북·미북 정상외교로 노선을 전환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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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정상이 모두 정상 외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직접 대화로 이어가기 위한 구조적 조건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는 진단도 함께 제기됐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와 밀착을 이어가고 유엔 대북제재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는 북한으로선 당장 미국과의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고, 미국도 북한 외의 다양한 외교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대화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이 내부 갈등을 빠르게 극복해서 미북대화 기조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그는 제언했습니다.

[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한국에선 국내 문제로 인해 지도부 혼란,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을 빠른 시일 안에 제거하고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에 한미 관계를 정상 수준에서 조속히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가 미북관계를 추동하고 중재한 2018년과는 달리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엔 미북관계를 바탕으로 남북관계 긴장 관리에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을 수 있다”며, 한국 내 불안정성이 미북대화의 재개 구실로 활용되는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