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 같은 두 세상”…신년 경축공연 본 북 주민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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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를 맞아 평양에서 진행된 신년 경축공연이 주민들의 말밥에 오르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그의 딸 앞에 빨간색 복장의 산타 모양 장식물이 놓이고 공연에 앞서 고위 간부들이 따로 마련된 장소에서 파티를 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됐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새해를 맞아 지난 달 31일 밤 11만 4천명 수용 능력을 가진 평양 5.1 경기장에서 대규모 신년 경축공연이 진행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고위 간부들이 주민들과 같이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4일 “요즘 주민들 속에서 텔레비죤으로 방영된 새해 신년 경축공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화제 내용은 여러가지지만 핵심은 고위 간부들은 우리와 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공연관람에 부인 이설주를 빼놓고 딸만 데리고 왔다”며 “김정은이 딸만 데리고 등장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다른 때도 아닌 새해 신년 경축공연 관람에 이설주와 같이 오지 않은 데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공연을 보는 김정은과 그의 딸 앞에 놓인 자그마한 유리 장식품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새해를 경축하는 의미의 인형이 든 유리 장식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전 세계에 유행하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산타 장식품이라는 말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건설 노동자로 러시아에 갔던 한 친구가 크리스마스 명절에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 주는 산타 할아버지를 형상한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그런 장식품을 많이 봤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땅에서 종교와 관련된 사소한 것도 절대 금물이며 누구든 종교의 ‘종’자만 접촉해도 큰일이 난다”며 “사람들의 말처럼 김정은과 딸 앞에 놓인 유리 장식품이 산타와 관련된 것이라면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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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년 경축공연 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성환/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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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새해 신년경축공연과 관련해 텔레비죤에서 일반 주민과 판판 다른 고위 간부들의 호화 생활이 드러났다”며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12월 31일 밤 5.1경기장에 모인 많은 군중이 추위에 떨며 공연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높은 간부들이 경기장 밖에서 파티를 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영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여느 때와 달리 가족을 데리고 온 간부들이 특별히 꾸린 장소에서 포도주(와인)와 맥주를 마시고 빵, 과자 등 고급 음식을 먹는 모습이 나왔다”며 “일반 사람은 생각지 못할 모습에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 명절과 외국 손님 환영 등의 이유로 성대한 연회를 하는 건 이해되지만 수만 명의 군중이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데도 이에는 상관없이 파티를 열고 그 모습을 자랑 인양 텔레비죤에 내보낸 사실이 더 놀랍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요즘 전국의 거의 모든 가정이 생활고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 땅에 사는 일반 주민 중 간부들이 마신 빨간 포도주를 먹어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계속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모습을 통해 김정은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물과 기름처럼 우리와 전혀 다른 딴 세상을 산다는 사실이 다시금 드러났다”며 “인민이 제일이고 간부는 인민의 심부름꾼이라고 하는 당국의 선전은 다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