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윤 대통령 체포’ 이틀만에 외신 인용보도

0:00 / 0:00

앵커 : 북한 관영 매체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 체포 이틀 만에 외신 인용방식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사상 처음으로 한국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윤석열 괴뢰가 수사당국으로 압송된 소식을 국제사회가 긴급보도로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는 또 CNN, 뉴욕타임스, BBC 등 매체명을 거론하며 “외신들은 앞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전했다”는 등 전망을 전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북한 주민들이 보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인애 부대변인은 17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규정 이후 한국 관련 보도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치상황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보도해온 만큼, 이같은 흐름이 이어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김인애 부대변인]우리의 계엄 탄핵 정국에 대해 1월 3일 보도 이후로는 2주 만의 보도이며, 12월 3일 이후로는 총 5회 보도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에 대해 특별히 평가하지 않겠으며 앞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해 11월 한국 내 윤석열 대통령 퇴진집회 등을 보도했지만, 12월 3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습니다.

북한 매체는 비상계엄 사태 발생 8일 만인 12월 11일 한국 내 계엄·탄핵 정국 내용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12일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또 12월 14일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자, 이에 대해 북한 매체는 이틀 후인 12월 16일 보도했습니다.

12월 27일 대통령 대리를 맡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1월 3일 북한 매체는 한국에서 연속 탄핵사태로 사회적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외신들은 한국이 정치 동란의 심연 속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됐다고 전했다고 기술했습니다.

supporters-yoon.jpg
정부과천청사 앞에 모인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는 15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YNA)

<관련 기사>

북, 한국 비상계엄 사태 첫 보도Opens in new window ]

북 “한국 난장판” 주장에 미 전문가 “그게 민주주의”Opens in new window ]

17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외신 인용방식으로 이뤄진 것에 대해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국가 지도자에 대한 체포 소식이기 때문에 외신 인용형태로 보도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습니다.

자칫 최고 지도자를 체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뉘앙스를 북한 내부에 전달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해당 보도 작성자가 외신 인용을 통해 만약의 상황에 있을 수 있는 정치적 책임을 피하려고 했다는 설명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북한 체제 내에서는 지금 김정은이 체포된 것하고 똑같은 것이잖아요. 정치적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이 보도의 객관성을 취한다는 목적으로 지금 외신 인용 형태로 보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오 연구위원은 향후에도 북한이 한국 내 혼란한 정치적 상황을 기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어질 북한 매체 보도들은 북한 체제에 비해 한국 체제가 불안정한 상황이라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부각시키려는 내용이 될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달 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모습 등은 북한 당국으로서는 원하지 않는 정치적인 암시를 북한 주민들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내용을 선별적으로 보도하고 한국 체제의 문제, 한국 정부의 문제점 중심으로 알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북한 체제의 어떤 특정 내용과 동일시되지 않도록, 그러니까 그 말은 무엇이냐면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이런 과정들이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정치적 힌트를 줄 수도 있거든요. 굉장히 선별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