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 선수들이 미국 회사인 '나이키'(Nike) 운동화를 신고 국제대회를 누비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2024 국제축구연맹(FIFA) 20세(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여자축구대표팀도 나이키 축구화를 착용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여자축구대표팀이 2024 FIFA 20세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가운데, 이들이 미국의 나이키와 독일 ‘푸마’(Puma) 등 서방 기업의 축구화를 신었던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일본과의 결승전에 나선 14명의 북한 선수 중 6명이 나이키, 3명이 푸마 축구화를 신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나이키 등 서방 제품을 착용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최근(25일) 아시안축구연맹(AFC) 20세 아시안컵 예선에서 타지키스탄에 2-0으로 승리한 북한 남자축구대표 선수들도 나이키 축구화를 신은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이날 북한 남자축구대표팀 주장 최국 선수가 신은 나이키 축구화는 ‘나이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 7엘리트’(Nike Mercurial Superfly 9 Elite) 제품으로 추정되는데, 나이키 공식 홈페이지에서 285달러에 판매 중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선수들이 신은 나이키 축구화가 진품인지 가품인지 여부는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해당 제품이 진품이라면 유엔 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합니다.
나이키 등의 제품은 ‘레크리에이션 스포츠 장비’의 대북 공급을 금지하는 사치품으로 규정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도 미국산 제품의 대북 수출 및 재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나이키 같은 서방 기업의 제품을 북한에서 구입하거나 공식 후원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북한 선수들이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국제대회 경기에 나선 것은 제3국은 통해 구매한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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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이현승 글로벌평화재단 연구원은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체육성 산하의 무역회사들이 국제대회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필요한 장비를 구입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 연구원] 북한은 체육성 산하에 해외에 나가 있는 무역회사들이 선수들의 비품이든지, 체육 기구, 음식 등을 다 보장해주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축구화의 경우에도 그 무역회사들한테 구입하라는 과업을 줍니다.
특히 이 연구원은 “북한 정권도 여자축구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국제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많은 투자를 한다”며 이번에도 그런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졌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4일 이번 대회 우승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전했는데, 이때 선수들이 신은 나이키 운동화가 그대로 노출된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북한에서도 나이키라는 글자만 나오지 않으면 신을 수 있다”며 “특히 한국 제품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말했습니다.
[ 이 연구원] 북한 사람들한테 '미국 제품이니까 못 쓴다'라고 하는 게 말이 안되는 게 북한에서 제일 많이 쓰이는 화폐가 미국 달러입니다. 그럼 그것부터 못 쓰게 해야죠.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도 나이키를 알고, 좋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 사용을 합니다. 노동신문을 제작하는 사람들도 한국과 관련된 것만 배제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나이키가 미국 제품인 것은 맞지만, 정치적 성격이 있다는 생각을 안 하는 거죠.
실제 북한에서는 지난 5월 평양에서 열린 ‘봄철 골프 애호가 경기’에서 나이키 바지와 신발을 착용한 선수들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나이키 측은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입장문을 보내 “나이키는 대북제재를 이행 중이며 어떤 나이키 제품도 북한에 수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