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기업, 수해지역 살림집 복구용 건자재 수입에 빚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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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안북도 수해지역 살림집 준공(21)식이 1호행사로 진행되었지만, 수해복구 비용을 은행에서 대출한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월 말 평안북도의 국경지역에 이례적인 폭우가 내린 가운데, 당국이 방류한 댐들에서 쏟아지는 물과 밀물까지 맞물리면서 인명피해와 살림집 침수 등 수해 피해가 심각했습니다. 민심 악화를 사전에 막고자 김정은 총비서는 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고 피해복구사령부를 조직했지만 국가예산은 투자되지 않았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신의주와 의주 등 피해(수해)지역에서 살림집 준공식이 1호행사로 진행되었으나 한숨 짓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당국은 큰물 피해로 침수된 살림집과 공공건물 등을 10월 말까지 건설하도록 지시하면서도 건설비용은 도내 기업에 떠밀었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들이 빚더미에 앉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화장품공장이나 신발공장처럼 장마당에 팔면 돈이 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피해복구자금 해결이 가능하지만,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방직공장이나 편직공장은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피해복구 건설은 최고존엄이 조직한 피해복구사령부에서 분담해 반드시 관철해야 했다”며 “일부 기업들이 중앙은행 지점에서 이자 돈을 빌렸으나 아직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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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중국 단둥과 동강과 마주한 큰물피해 지역에 수천 세대의 아파트 살림집이 준공됐는데, 모래와 시멘트는 국내자재이지만 기와, 철근, 하판, 전기선 등은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단기간에 수해복구건설을 완공하려면 기중기와 굴착기 등 건설장비 수입이 필수”라며 “국가에서는 건설장비 밀수만 눈감아주고 비용은 기업이 자체 해결하도록 조치하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린 기업이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지역마다 자리한 조선중앙은행 지점에서 국영기업에게 이자 돈을 빌려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중앙은행 지점도 운영 자금을 마련해야 하므로 기업이나 지방정부 등에 돈을 빌려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이어 “은행에서도 무턱대고 돈을 빌려주는 건 아니다”며 “은행이 북중기계공장에 돈을 빌려준 건 기계공장 8.3작업반에서 수산사업소나 개인이 주문한 선박을 제작해 시장가격으로 팔면 원금과 이자가 나온다는 담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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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안북도 수해지역 살림집 준공식 진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안북도 수해지역에서 살림집 준공식이 21일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 (김성환/YNA)

“하지만 지난 8월부터 개인 선박이 바다에 출입하는 통제가 강화되며 개인들이 선박을 사지 않아 기계공장에서는 은행에서 빌렸던 돈 중에 절반만 갚고 나머지를 갚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텔레비죤과 노동신문에서 평안북도 피해복구 지역에 당의 결심으로 이상적인 선경 마을이 준공되었다며 선전하고 있어 이것을 지켜보는 기업 간부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평안북도 수해지역 살림집 준공식에 참여한 김정은 총비서가 TV와 가구 등 생활필수품들이 살림집마다 갖춘 것을 보고 수재민들이 ‘수복민’이 되였다고 기뻐했다고 선전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