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노태우 별세 깊은 애도...복합적 유산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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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무부가 노태우 전 한국 대통령의 별세와 관련해 한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노태우 전 한국 대통령의 별세와 관련해 현지 시간으로 27일 성명을 발표한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한국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노 전 대통령이 복합적(complicated)인 유산을 남겼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민주적인 전통 공고화와 유엔 가입,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약속이 노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 이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이어 "한미동맹은 70년 넘게 양국 공동의 약속을 향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면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다자기구의 강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평화와 안보·번영 증진을 양국 간 공동 약속의 사례로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88세로 별세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한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옛 소련과 중국 등 공산권 국가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고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첫 남북 고위급 회담 성사, 남북 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채택 등 외교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른바 '탈냉전 시대'와 겹친 재임 기간 동안 남북관계 개선과 북방외교 노력을 통해 한국 외교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노태우 전 한국 대통령(1988년 대통령 취임사):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 공동의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북방으로의 이 같은 외교적 통로는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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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로 위장한 해킹 공격 이메일 화면. /이스트시큐리티 제공


이런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의 조문 뉴스를 가장해 전자우편을 이용한 해킹 시도가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보안 기업 '이스트시큐리티'는 28일 해커가 북한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북 전문가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한국의 한 인터넷 기업을 사칭한 발신자명으로 전자우편을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전자우편은 노 전 대통령의 법적 사위인 최태원 SK 회장이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는 내용의 뉴스로 위장해 수신자의 경계심을 낮췄고, 본문에 포함된 링크는 IP 주소와 웹 브라우저 정보 등을 탈취할 수 있는 해외 서버로 이어진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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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인터넷 뉴스를 보여주는 화면. /이스트시큐리티 제공


이에 따르면 실제로 해당 전자우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된 곳은 불가리아의 한 전자우편 서비스로, 이 서비스는 북한과 연계된 사이버 위협 조직에 의해 그동안 여러 차례 이용된 바 있습니다.

이스트시큐리티는 이번 공격의 배후를 '탈륨'으로 불리는 북한 정찰총국 연계 해킹 그룹으로 지목했습니다.

문종현 이스트시큐리티 이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평소 해킹 공격에 경계심이 큰 대북 전문가들이 어떤 형태의 공격에 반응하는지 사전 정찰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수신자 입장에서는 방심하기 쉬운 수법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문 이사는 이처럼 북한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해킹 공격이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관계자들은 지인이 보낸 전자우편을 열어보기 전에도 반드시 발신 여부를 확인해 보는 태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