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종섭 한국 국방부장관은 북한의 초음속 순항미사일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핵탄두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31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보유한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속도가 빨라져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장관은 북한 미사일이 속도 면에서 점점 위협적으로 바뀌고 있고, 이는 한국 측에 분명히 증대된 위협이라며 추후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지난 13일과 올해 1월 등 북한이 발사해온 순항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0.5~0.7 정도로 평가된 바 있습니다.
이 장관은 또 준비 중인 ‘한국형 3축 체계’로 북한 핵무기에 대한 완벽한 선제적 제압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은 단계라며, 최대한 빨리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승겸 한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은 이날 시작된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에 참여하는 장병들을 격려했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한국 공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영공방위태세를 점검하고 철저한 대비태세 유지와 적에 대한 단호한 응징을 지시했습니다.
지난 4월 창설된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를 방문해서는 북한이 올해 들어 20여 회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빈틈없는 감시·대응 태세 유지를 주문했습니다.
미 7 공군사령부와 한국 공군이 다음 달 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훈련에는 F-35A와 F-35B 등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한미 군용기 240여 대가 대거 투입됩니다.
미국 해병대와 해군, 육군 뿐 아니라 호주 공군도 공중급유기 1대를 파견해 처음으로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했습니다.
이번 훈련에서 한미 전력 출격 횟수는 1천 6백여 회에 이를 전망으로, 미 태평양공군은 이번 훈련의 비행 횟수가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 이 같은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5년 만입니다.
한편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이날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소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제3차 환대서양·환태평양 동맹 회의’에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 간의 일치된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의견과 관련해 한미가 북핵 문제에 있어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미국은 핵우산, 확장억제를 분명히 약속했다”며 “북한 지도부에 한미가 동일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양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적어도 북핵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일치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한국 군이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 (실질적으로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대 입장인 것이죠?) 예,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한국의 편에 설 수 없고, 이들의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미중 갈등 구도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이른바 ‘소다자 협력체’ 등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 문제는 러시아만큼 급하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천천히 해결해야 한다”면서, 최대한 많은 동맹국을 미국 쪽에 참여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전 세계에는 한국 등 중국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나라들이 많다며, 이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미국의 편에 서게 만드는 것이 미국으로선 가장 큰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도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의 이재영, 황태연 부연구위원은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와 한반도에 주는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중 관계 강화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는 경우 중국은 직접적인 압력 행사보다는 관련국의 자제를 요청하는 쪽을 택할 것이라며 평화와 안정, 대화의 정치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대북 추가 제재안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하는 것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중국이 지난 2017년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중 관계에 금이 간데다, 최근 미국과의 전략경쟁 구도에서 우군 확보가 절실해진 점을 고려하면 대북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선 상황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바 있습니다.
연구진은 북한 도발 억제를 위해 한국 정부가 중국의 새 지도부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며, 조만간 중국 대표단이 20차 당대회 결과 설명을 위해 한국과 북한을 각각 방문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핵실험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입장이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되도록 해야 하고 중국이 대북 추가제재를 지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