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조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이 도발이나 외교적 관여 어느 쪽으로 나서든 핵보유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미국 고위 담당관리가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시드니 사일러(Sydney Seiler) 국가정보국 북한정보담당관은 22일 북한은 그간 핵 프로그램 진전이라는 일관된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발과 외교적 관여를 전술적으로 활용해 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일러 담당관: 북한의 관여나 외교는 모두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미국이나 한국과 지속적인 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Every engagement and diplomacy has been designed to further the nuclear program not to find a way out of the nuclear program and sustained improvement of relations with either the United States or the Republic of Korea.)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북핵관련 6자회담 특사로 대북 업무를 담당하는 등 수십 년간 한반도 전문가로 활동해 온 사일러 담당관은 이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온라인 대담회에서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갑자기 내일 대화를 제안한다고 지나치게 희망을 갖거나, 이번 주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다고 지나치게 놀라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일러 담당관: 북한이 도발을 하든 관여에 나서든 북한의 전술적 모호성이 북한의 명백한 전략적 목표를 오판하도록 놔둬서는 안됩니다. (Whether it be a provocative action, or an engagement, you know, I just urge people not to let the tactical ambiguity obstruct the strategic clarity about North Korea that we have).
사일러 담당관은 한국의 문재인 행정부가 대북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북한이 이에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을 미국 탓으로 돌려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대남 대화를 거부하는 이유를 미국이 양보를 하지 않아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겨선 안 된다면서 미국이나 유엔군사령부를 비난하는 북한의 선전선동과 비슷한 한국의 대미 불만은 한미 동맹을 해칠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함께 참석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북한이 핵무기 증강 계획을 분명히 밝혀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관여하도록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8차 당대회를 통해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용할 극초음속미사일 활공 비행체, 무인항공기, 고체연료장거리탄도미사일 개발 의지를 밝혔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외교적 관여를 하는 동시에 핵무기 증강에 나섰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 연구원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등에도 핵국가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미 테리: 점진적이고 체계적인 압박 강화에 나설 것입니다. (인공위성발사에서 시작해) 이어 다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 시험이나 전술핵실험 등에 나서겠다는 위협을 할 것입니다. (Do what they do best; a gradual, systematic intensification of pressure with a threat to move to something like a multiple warhead capable ICBM test or even a tactical weapons nuclear test.)
한편,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22일 미국 연구기관인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주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가질 것 같냐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질의에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때는 정상회담을 먼저하고 실무협상을 하는 이른바 '탑다운(Top-down)', 즉 하향식 방식을 택했는데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에게는 아주 생소한 것(alien)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든 외교안보팀은 과정(process)을 매우 강조한다며 낮은 수준(lower-level)에서 협상과 합의가 먼저 이뤄지고 이것이 높은 수준으로 단계별로 올라가 최종적으로 합의 내용에 대한 양측의 정확한 이해가 있는 합의문이 정상회담에서 서명되는 이른바 '바텁업(Bottom-up)', 즉 상향식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윤 전 대표: 정상들이 만나서 자기들끼리 이렇게 합시다라고 말한 것 외에는 사실상 (미북) 양측 간에 합의된 것이 없는 이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정상회담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는 이어 바이든 행정부 역시 '북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포기하지 않겠지만 트럼프 행정부 당시 주장했던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는 완전히 비현실적이라며 다른 모델(model)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단계적(step-by-step) 접근을 통한 임시 합의(interim agreement) 도출 등 현실적이고 측정가능하며(fathomable) 결국에는 완전한 비핵화로 이어지는 모델을 찾는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한 과제(challenging)가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그는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며 다만 대북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트럼트 행정부보다 더 활발한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