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핵전력 전진배치’·‘핵 잠재력 확보’로 북핵 대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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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이 미 핵전력 전진배치를 유도하고 자체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북핵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미국 확장억제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1일 한국의 북핵 대응전략을 주제로 발간한 ‘북핵: 방관할 것인가?’ 보고서.

연구진은 북한 핵무기가 체제유지나 협상수단일 뿐이라며 이를 포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바람일 뿐이라면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핵전략은 ‘핵전쟁 수행(nuclear warfighting)’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북한은 현재 보유한 핵능력을 바탕으로 여건이 조성돼 기회가 왔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재래식 전력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 근처에 전개되는 경우 당연히 북핵 억제효과가 강화될 것이라며 미국 핵전력 전진배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를 갖춤으로써 미국 핵우산을 무력화시킨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고, 이런 경우 확장억제력이 약화된 것으로 판단해 핵도발을 감행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비한 미 핵전력 전진배치 수단으로는 동해에 미국이 보유한 전략잠수함(SSBN)을 상시 배치하고 유사시 북한에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핵전력을 괌까지 전진시키는 방안이 제안됐습니다.

특히 괌은 미국 영토인 만큼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 미사일이나 항공기용 핵폭탄을 배치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조치에도 북한이 핵공격 의지를 늦추지 않는 경우 긴장 고조를 감수하더라도 미 전력을 한국 및 일본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논의는 미국 확장억제력 강화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일각에서 사용되면서 한미 양측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핵 공유(nuclear sharing)’나 ‘미국 전술핵무기 재배치’라는 표현과는 다른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연구진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주변국 간 긴장 고조와 한미동맹 악영향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그 잠재력을 확보하는 선에서 북핵 억제효과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장 핵무기를 개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이 사실상 무력화시킨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일부를 무효화하고, 유사시 긴급 핵무장에 필요한 핵물질 확보를 위해 미국과의 원자력 협정을 개정하는 방안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핵무장을 결정하는 경우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반응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국제법적 문제 등 뒤따르는 다양한 요소들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디까지나 한미 협정이나 NPT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잠재력을 증대시키는 방안이 최우선으로, 그래야만 지속적인 추진과 핵우산을 제공하는 미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어떤 경우에도 미국과의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피해야 하는 만큼 양국 간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의 말입니다.

또 한국이 지금은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극단적으로는 한국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북한의 예방적 핵공격 가능성까지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한계로 제시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북핵 위협 증대에 따라 미국 확장억제 실행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과 관련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미국을 믿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미국 확장억제 실행력에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동맹으로서 미국이 갖고 있는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쓸 수 있는 모든 자원을 활용해 이 같은 약속을 현실화해 나가는데 완전한 굳은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국 사회가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 한국 시민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골드버그 대사는 향후 한미 간 논의가 한국의 핵보유 추진이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로 확장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하고 있는 논의는 확장억제 의지, 한미 간 약속에 대한 것”이라며 부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