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인 10명 중 9명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비영리 법인 최종현학술원이 5일 발표한 제2차 ‘북핵 위기와 안보상황 인식’ 여론조사 결과.
최종현학술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번 여론조사 응답자의 91%는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지 않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49.7%였고 ‘전혀 가능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41.4%였습니다.
최종현학술원이 지난해 1차 조사 당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77.6%였는데 1년 사이 13% 포인트 넘게 오른 것입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미국이 유사시 한국을 위해 핵 억지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응답자의 60.8%(‘전혀 그렇지 않다’ 7.7%, ‘그렇지 않다’ 53.1%)는 ‘그렇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대해 최종현학술원은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확장억제) 신뢰도가 떨어졌다기보다는 북한 핵무기 고도화와 광폭해진 도발 자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같은 질문에 대해 절반에 못 미치는 48.7%가 ‘그렇지 않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로 인해 북한의 핵 위협이 해소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응답률은 63%(‘전혀 그렇지 않다’ 10.4%, ‘그렇지 않다’ 53%)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북핵 위협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이냐고 묻자 ‘한국의 핵 잠재력 강화’가 20.6%, ‘NATO식 핵 공유와 유사한 미국과 한국의 핵 공유’가 20.4%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습니다.
또 ‘한국형 3축 체계 강화’가 18.7%,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 재배치’가 16.2%, ‘항공모함 등 미국 핵전략자산 상시순환배치’가 15.4%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0명 중 7명 수준인 72.8%(‘매우 필요하다’ 21.4%, ‘필요한 편이다’ 51.4%)가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독자 핵 개발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해에는 올해보다 조금 높은 76.6%가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북핵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응답자 63.7%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습니다.
중국이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의지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1.1%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조사는 최종현학술원이 한국 갤럽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지난 1월 10일까지 만 18세 이상 1,043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 포인트입니다.
다만 자체 핵개발에 대한 여론조사를 할 때 핵개발에 따르는 여러 가지 비용 등을 포함해 보다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실제 자체 핵무장을 추진했을 때 겪을 수 있는 불이익들까지 고려한다면 (찬성) 응답률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주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북한과 같은 핵 제재를 받았을 경우에도 우리가 핵무장을 해야 되느냐 그걸 감내하면서까지도 우리가 핵 개발을 해야 되느냐를 물어봐야 되겠죠. 그걸 물어보면 정말 핵무장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는 있겠죠.
박 연구위원은 “지난해 실제 (자체 핵개발에 따르는) 제약 가능성 등을 포함해 질문을 했더니 자체 핵무장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지난해 6월 5일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2%는 한국 핵보유 필요성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자체 핵개발에 수반될 수 있는 여섯 가지 위기(경제제재ㆍ한미동맹 파기ㆍ안보위협 심화ㆍ개발비용ㆍ환경파괴ㆍ평화 이미지 손상)에도 불구하고 핵개발을 해야 하냐고 묻자, 동의율은 약 36%로 내려왔습니다.
통일연구원은 당시 이 같은 결과를 밝히며 “한국인의 핵무장 욕구에 대한 많은 여론조사ㆍ논의들을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