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크라 전쟁 계기 핵 의존도 커져...확장억제 획기적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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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북한의 핵전력 의존도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나왔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과 러시아 간 소통 재개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국방연구원의 두진호 연구위원 등이 발표한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장과 한반도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

연구진은 전쟁이 예상과 달리 장기화하면서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리전 양상이 동북아시아에도 투영되고 있고, 이에 따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구도와 동맹 결속력 강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주권을 보호하고 영토의 완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이른바 ‘핵 모험주의’에 더욱 의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러시아가 소련 해체 후 서명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즉 우크라이나에 있는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는 대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을 보존하기로 한 약속이 무시된 현실을 주목하며 핵전력 의존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측면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한미동맹 간 군사적 결속력을 도모하고, 한국의 독자적인 전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한국 군이 북한의 전방위적 위협과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타난 미래전의 복합적인 양상 등을 고려해 현재 추진 중인 ‘국방혁신 4.0’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국 정부가 제재 동참을 결정하면서 동결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재개할 필요성도 제기했습니다.

러시아가 한국을 둘러싼 4개 강국이자 북핵 문제 해결에서 의미 있는 행위자인 만큼,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제재에 온전히 동참하면서도 ‘담대한 구상’ 추진 등 한국의 국익과 관련된 사안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와 분리해 차별화된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 안보정세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과 함의’ 보고서에서 한국이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전 교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패전 가능성이나 불리한 조건하의 종전 협정에 직면할 경우 저위력 핵무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전황이 불리할 때마다 전술핵무기 사용을 공공연히 언급하며 위협한 전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무기 사용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한국이 이 같은 전쟁 향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전 교수는 또 미국 등이 북핵 문제를 외교 우선순위에 올려놓지 않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대응이 미진한 상황에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이 현실화된다면 이 또한 북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성공은 북한으로 하여금 저위력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제기함으로써 향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를 하도록 할 수 있고, 결국 전쟁이 북핵 사용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사이버 안보 분야 담당 대사들은 7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정보·기술 탈취 등에 대응할 수 있는 협력을 모색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 중인 나타니엘 픽 미국 국무부 사이버공간·디지털정책 특임대사는 이날 조현우 한국 외교부 국제안보대사를 만나 한미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양측은 이 자리에서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한 가상자산 탈취 외에도 핵·미사일 관련 정보·기술 탈취가 양국의 국가안보와 국제 평화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우려를 공유했습니다.

또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한 억제력과 선제적인 방어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향후 사이버 안보 분야 협력이 한미 동맹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사이버 안보 관련 포괄적인 협력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