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미북 핵협상 더 늦추나?

0:00 / 0:00

앵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 협상 재개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외교 당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아시아, 유럽 동맹국들과의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중국에 이어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동안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여온 미국은 지난 12일 미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 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안보위협 모두를 거론하며 한미일 3국 간 공조협력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뒷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최근 미사일 도발 등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언제 어디서든 전제조건없이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계속 반복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맞서 북한, 중국, 러시아 3국은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올 1월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묵인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추진을 사실상 무산시켰습니다.

북한은 지난 7, 8일 이틀 연속 러시아 외교 당국자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미국을 비난하고, 러시아를 두둔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미하일 포포브(Mikhail Popov) 차관보는 16일 한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군사전략에 대해 “중국, 러시아, 북한에 대한 위협을 조성한다”며 북한 측 논리를 뒷받침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David Maxwell) 선임 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현재 중국, 러시아 등 다른 외교사안에 우선 대응하는 가운데 북한 역시 대내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 미북 간 협상 진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연구원 :김정은 총비서는 지금 어려운 대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마법처럼 북한을 협상장으로 데려오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맥스웰 연구원은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아 미북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으로 평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최근 협회 사이트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 고조는 아시아 지역 문제, 특히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외교 우선순위를 낮출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특히 북한이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유엔 안보리 제재 이행에 대한 러시아의 협력을 확보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er) 선임 연구원은 1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중국과 함께 북한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암묵적으로 용인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다만 중국에 비해 그 동안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조용했던 러시아가 현재 우크라이나 관련 상황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김소영,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