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기에 한국을 방문해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대북 접촉을 시도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습니다. 하지만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나온 한미 간 비핵화 표현 차이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스팀슨센터가 24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아시아 순방과 향후 대북정책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화상회의에서 조엘 위트(Joel S. Wit) 수석연구원은 한미 장관 회담에서 당국자들이 '비핵화'에 대해 다른 표현을 사용한 데 주목하면서 이는 북한에 상당히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위트 연구원: 북한 비핵화 대(versus) 한반도 비핵화라고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 17일 열린 한미외교 및 국방장관 회담 이후 한국 외교부와 국방부가 한미양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공동목표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미 국무, 국방장관의 언급이나 미 국방부 보도자료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협력하겠다고 표현한 겁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란 두 표현 사이에 의미상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위트 연구원은 북한에서 이를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초기에 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두고 한국 내 미국의 핵우산 철거를 함께 주장할 것이란 게 위트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날 회의에 함께 참석한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수잔 디마지오(Suzanne DiMaggio) 선임연구원 역시 비핵화에 대한 양국의 미묘한 표현 차이는 결국 양국 간 다른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또 지난 2월 미국의 대화 요청에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을 거절 신호로 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으로서는 하노이 2차 미북회담 결렬과 1년 이상 이어지는 코로나 19(코로나비루스) 상황 때문에 쉽게 대화 재개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이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북정책 검토 중에도 계속해서 대북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같은 날 미 평화연구소(USIP)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온라인 화상회의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비핵 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평화 구축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연구소의 프랭크 엄(Frank Aum)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미북 관계 정상화나 평화 구축 관점보다는 북한 위협 억제, 방어 등 군사 및 안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달성 가능성이 낮은 북한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일단 두고 종전선언, 인도주의 지원을 통한 인적 교류 등을 통해 신뢰구축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엄 연구원: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유지하면서 북한에 평화구축을 위한 광범위한 노력과 관련한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엄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와 인권을 분리하지 않고, 미북대화 진전 상황에 따라 아동인권 개선이나 북한인권특사와의 회담 등 북한이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을 낮은 단계의 인권 논의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조셉 윤(Joseph Yun)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북 간 신뢰구축을 위해 미북이1차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나온 공동성명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공동성명은 새로운 미북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합니다.
한편 이날 벨기에(벨지끄) 브뤼셀 국정대학(Brussels School of Governance)의 린데 데스말레(Linde Desmaele) 연구원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럽연합의 역할과 관련해 북한과 수교를 맺고 있는 유럽국가와 유럽의 대북 인도주의 지원단체들이 식량지원이나 북한인권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스말레 연구원은 또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진전된 핵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의 핵 전문가를 파견하거나 유럽국가들까지 포함한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신뢰구축에 대한 믿음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