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북 핵무기 공개는 핵보유국 ‘인정투쟁’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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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영매체를 통해 전술핵탄두를 공개한 것과 관련해 국제 사회로부터 핵개발 국가라는 사실을 인정받으려는 이른바 '인정 투쟁' 성격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8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핵무기병기화사업 지도’를 했다며 전술핵탄두 실물을 담은 사진을 공개한 북한.

사진 상으로는 김 총비서의 지도 현장에 열 개 이상의 핵탄두가 실물로 전시됐습니다.

이날 공개된 전술핵탄두는 직경 40~50cm로 추정되며 국방색 몸체에 앞부분만 붉게 칠한 모습입니다.

북한이 전술핵탄두 실물이나 모형, 사진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수의 전술핵탄두를 전격 공개한 것과 관련해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 더 나아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이른바 ‘인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핵무기와 이를 실어 나를 다양한 투발 수단을 개발하면서 시험 발사 등을 통해 그 과정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 데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것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메시지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결국 북한이 그 동안 심혈을 기울여 공개한 여러 가지 무기 체계를 한국과 국제사회가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군 당국이 과장됐다는 평가를 내리니까 자세하게, 시험을 다시 했고 실전 능력을 확인했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한국 군 당국이 전날 북한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수중 핵무기 모의 폭발 시험이 다소 과장됐다는 평가를 내놓자 이에 대응해 25~27일 실험을 다시 진행했다고 발표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대화가 재개되는 시점에 이전과는 달리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인정받은 상태에서 협상에 임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또 이 같은 발표가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에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제난을 겪고 있는 당국이 군사적인 업적으로 주민들의 눈을 돌려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다만 경제난 속에 이 같은 물량 공세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랜 기간 버틸 수 없는 북한이 현재 국면을 속도전이자 단기전으로 구상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또 북한이 지난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쏜 뒤 신형 ‘화성-17형’으로 발표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발표에 일부 과장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북한이 국제 사회가 제기하는 의문에 대응해 현재 개발 중인 전력을 대거 공개한 것으로 본다”며 탄두가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될 수 있도록 표준화가 이뤄진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 표준화를 시킴으로써 원래 고폭탄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핵탄두를 끼워 넣으면 되는 것입니다. 핵무기 관리나 투발 수단에 탑재하는 부분에선 효율성이 대단히 커진 것입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5·6차 핵실험 때도 핵탄두 모형을 먼저 공개한 뒤 실험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개가 7차 핵실험을 예고한 것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이번 공개를 계기로 북한이 본격적인 전술핵탄두 생산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도 나왔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기 위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확대하며 위력 있는 핵무기 생산에 박차를 가해 나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향후 핵탄두를 많게는 수백 개까지 생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지금껏 시험 발사를 통해 선보여 온 ‘전술탄도미사일’을 양산·실전 배치하는 단계까지 들어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니미츠호’(CVN-68)가 28일 오전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했습니다.

전날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국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펼친 니미츠호의 입항은 한미동맹 70주년 기념과 북한 도발에 대한 경고로 풀이됩니다.

앞서 북한은 니미츠호 훈련 및 입항 소식이 전해진 지난 2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반발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