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국제사회에서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나타내는 중국을 압박할 가장 강력한 카드가 핵이라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상근 한반도전략연구실장은 29일 북한이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배경에 동북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진영 형성이 가속화되기를 바라는 북한의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실장은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와 동북아 국제질서 진영화의 위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단지 한국의 차기 정부를 길들이려고 했다면 굳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또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는 북중러 대 한미일이라는 대립적인 진영이 형성돼 가고 있기 때문에 국제제재 강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의 산물“이라며 ”한국의 대응은 동북아 진영화를 활용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고려하며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이 강조한 것은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입니다.
이 실장은 “동북아 국가들이 대립하는 두 개의 진영으로 나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ㆍ미국ㆍ중국이 공동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중국은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추가에 반대했고 이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규탄하는 언론 성명 채택까지 무산됐습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 게임을 계속하며 신냉전 구도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 실장과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 교수는 또 “지금 중국은 유엔에서 대북 제재를 못하도록 북한의 방호막 역할까지 하고 있다”며 이러한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며 중국을 대북제재의 틀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핵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들에 대한 전술핵 재배치를 거론하고 나아가 동맹국들의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강경한 카드를 사용한다면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침해되기 때문에 중국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미국이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는 핵 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 같은 동맹국들의 미국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거론하고 아시아 동맹국들의 핵무장까지 허용할 수 있다는 강경 카드를 쓴다면 만약 그런 카드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전략적 이해가 상당히 침해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중국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드의 한반도 추가 배치, 전술핵 재배치, 한국과 일본의 독자적 핵무장 방안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중국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25일에는 한국,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비추면 중국이 북한을 지금보다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러한 효과를 북한을 대상으로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만약 한국이나 일본이 핵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비춰준다고 하면 중국도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지금보다는 자제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북한이 지금처럼 계속 핵과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추구한다고 하면 한국도 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북한의 행동을 보다 더 자제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고요.
이러한 분석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전술핵 재배치는 북한에게 핵을 계속 보유할 명분을 주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를 흐트러뜨리며 군사적인 필요성도 높지 않다며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25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대대적인 제재를 가한 것처럼 미국이 중국을 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한국 내 일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는데 박 교수는 여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습니다.
박 교수는 중국이 러시아와 달리 세계 2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고 제재가 있을 경우 곧바로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미국이 경제적인 측면 때문에 중국에 재재를 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 :정말 전술핵이 한반도에 재배치된다고 하면 (북한이) 분명히 비판할 것이고 국제사회의 공조도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에게 핵을 보유하고 핵을 계속 가질 명분을 주게 된다고 생각하고요. 미국이 중국을 건드릴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경제적인 것이죠. (미국이 제재를 시작하면) 중국은 결코 가만히 있지 않고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입니다.
이밖에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반중연대가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역내 다른 국가들과 대북제재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내에서 다른 국가들과의 소통과 공감대를 기반으로 해서 중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방식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중국 같은 경우는 현재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에 반중연대가 확대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고요.
이 연구위원은 또 미국이 전략무기를 전진배치하거나 중국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을 압박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