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채 김정은 총비서 옆에 서 있던 남성이 전술핵부대 연합부대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3월 20일 전날 이뤄진 핵타격 모의 발사훈련 장면을 공개하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곁에 있는 군복 차림의 남성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해당 남성은 사진에서 홀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낀 상태였는데 모자이크 처리까지 한 겁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하는 행사의 참석자 얼굴을 편집해 가린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해당 남성의 정체와 관련해 한국 국정원은 2일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유상범 의원에게 보낸 답변 자료를 통해 “전술핵부대 운용을 지휘하는 연합부대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 의원실이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달한 답변 자료를 살펴보면 국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해당 남성이 중장 계급으로 식별된 점, 김정은 총비서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한 점, 주로 군 지휘관들이 휴대하는 크로스 형태의 가죽가방을 착용한 점을 들었습니다.
국정원은 북한 관영매체가 해당 남성을 모자이크 처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재 대상 지정 가능성 등을 의식한 조치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이 해당 남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해당 남성의 정체에 대해 국정원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해당 남성이 찼던 가죽 벨트는 현지 부대의 장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당 남성의 견장에 별 두 개가 달려있었는데 북한에서 연합부대장은 대체로 별 하나에서 두 개 계급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벨트를 매면 현지 부대 훈련을 지휘한 사람입니다. (그 벨트에는) 권총도 찰 수 있고요. 간단한 전투 서류 가방도 달아맬 수가 있습니다. 별 두 개인 것을 봐서는 연합부대장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고 전 부원장은 북한이 신원을 감추기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하면서도 해당 남성의 존재를 공개한 의도에 대해서는 “북한에는 전술핵을 운용하는 부대가 있고 사령관도 존재한다는 것을 한국과 미국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고 전 부원장은 “향후 북한 관영매체가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공개할 때 해당 남성이 또다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은 국정원의 분석처럼 해당 남성이 북한 전술핵부대 운용을 지휘하는 연합부대장일 수 있지만 “과거 연합부대장이 모자이크 처리된 경우가 없었다”며 핵무기 관련 연구소장일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신 국장은 북한이 해당 남성의 신원을 가린 이유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명단에 추가돼 해외 이동시 동선이 노출되는 것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분석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국장:북한에서 핵을 연구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보면 소련 유학파들이잖아요. 이런 인물들이 또 (외국에) 나올 가능성이 높잖아요. 그럴 경우에 이제 동선을 노출시키면 안 되기 때문에 (신원을 가린 것으로 보입니다).
신 국장은 북한이 전술핵 시험을 앞두거나 전술핵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해당 남성이 또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