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공동성명서 ‘쌍중단’ 빠져…북 도발 ‘자위권’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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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열린 중국·러시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라는 '쌍중단'이 빠진 것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더 포용적으로 변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내놓은 북한경제리뷰.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제14차 전국인민대표자대회 이후 중국의 외교 행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달 가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쌍중단’, 즉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라는 표현을 넣지 않은 것에 주목했습니다.

북한과 미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방안과 미북 평화협상 동시 진행을 의미하는 ‘쌍궤병행’, 그리고 ‘쌍중단’을 북핵 해법으로 내세워온 것과는 다른 기조라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주 교수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더 포용적으로 변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공동성명에서 미국을 향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부응하는 태도로 임하라”고 주문한 부분을 하나의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북한의 끊이지 않는 미사일 시험발사와 예고된 7차 핵실험을 북한의 당연한 자위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이는 한미 연합훈련 동안 이뤄진 도발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기조는 올해 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유엔에서 대북제재 강화 결의안 도출에 실패한 배경을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자위권으로 옹호하면서 대북 제재에 반대하고 있는 중국 측의 입장이 공동성명에도 반영된 것이란 설명입니다.

주 교수는 한반도 내 긴장 국면이 이어진다면 장기적으론 중국·러시아가 연합 군사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북·중·러 3국 간 연대를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중·러 양국은 지난달 열린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제재와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며 대화와 협상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를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중·러 정상회담과 한국의 외교안보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현 국제질서가 이른바 ‘신냉전’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같이 제언했습니다.

군사적으로는 신냉전 구도에 가깝지만 미·중 교역량은 사상 최대이고 중국과 유럽 연합(EU) 간에도 막대한 교역과 투자가 이뤄지는 등 경제적인 구도에선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홍 수석연구위원은 기후와 환경, 반테러, 감염병,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등 진영 간에 협력이 필요한 분야가 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현 국제정세를 단순히 신냉전으로 파악하고 그에 기반한 전략을 펴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번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시적인 확장억제 보장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상시적으로 순환 배치되는 수준으로 제도적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