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의 유성옥 이사장은 한국이 핵 전력을 보유하게 될 경우 북한의 전략적 이점이 상실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정원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이 5일 서울 중구에서 개최한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변화’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북한이 핵 위력을 시위하고 한국을 핵 인질로 잡아 갑의 행태를 보이고자 하는 상황”이라며 “이제 북한의 핵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릴 상쇄전략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이어 “한국의 핵 전략은 나토식 핵공유 혹은 핵공동운영, 미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배치, 핵 자체개발 등 4개로 상정할 수 있다”며 “무엇이 최적의 선택지인지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은 “한국이 자체 핵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핵의 불균형이 시정되고 북한의 전략적 이점을 상실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 핵보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다만 “핵전력 보유 자체가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시점에 한국도 핵전력을 포기한다는 조건부 핵전력 보유가 되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이사장: (한국이) 핵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면 핵의 불균형과 비대칭이 시정되고 북한의 전략적 이점을 상실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방적인 핵 보유라는 북한의 유리한 협상 고지가 허물어지면서 비로소 남북이 대등한 입장에서 비핵화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전략핵은 협상의 대상으로 만들고 전술핵은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것이 북한 중단기 핵 전략의 목표”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응징적 보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응징적 보복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회적인 숙의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차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와) 북한 권력 엘리트들의 계산은 다를 수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의 이익과 자신들의 이익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배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의 이익과) 중국ㆍ러시아 등 주변국의 이익, 북한 주민들의 이익도 다를 수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와 이들의 이익이 어긋나게 하는 방안을 만들어내야 비핵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은 (김정은 총비서와) 계산이 다를 수가 있고요. 저 친구(김정은 총비서)의 이익과 나의 이익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배신할 겁니다. 북한 주민들의 이익은 또 다를 수가 있고요. 또 중국과 러시아 같은 주변국의 이익도 다를 수 있을 겁니다. 그 방법을 만들어내야 사실 비핵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동선 고려대학교 교수는 발표를 통해 “협력이나 압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기 어렵다”며 “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은 봉쇄”라고 밝혔습니다.
이 교수는 냉전 시기 미국이 소련에게 구사했던 봉쇄를 통해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련이 (미국의 봉쇄 전략을) 수십 년간 버티다 체제 모순 때문에 결국 전향적인 자세로 나왔듯 한국 역시 (봉쇄 전략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내적 변화를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동선 고려대학교 교수:그나마 현실적인 방안이 저는 봉쇄라고 생각합니다. 소련이 체제 모순 때문에 수십 년간 버티다가 나중에 변화되고 결국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로 나왔듯이 우리도 (북한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가운데 한미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B-52은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B-1B, B-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꼽힙니다.
B-52의 한반도 전개는 지난 3월 6일 서해에서 한국 공군과 연합훈련을 시행한 이후 약 한 달 만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