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상호이익을 지닐 만한 접점이 있으며 중국이 충분히 대화가 가능한 대상이라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의원이 20일 국회에서 주최한 ‘국제정세와 대한민국’ 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예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상호이익이 가장 잘 공유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조사관은 “비주류의 시각”이라고 단서를 붙이면서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계속하는 한편 협력의 불씨도 살려나가고 있다는 이른바 경쟁적 상호공존의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김 조사관은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표명해 왔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 충분히 중국과 대화가 가능하다고 바라봤습니다.
지난 2018년 6월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정전협정 체결국인 중국이 빠진 종전선언은 효력이 없다”는 사설을 게재하는 등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쳤다는 것이 김 조사관의 설명입니다.
김 조사관은 또 “지난 2021년 11월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 양측은 핵 통제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며 “중간에 접점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김 조사관은 지난 2021년 11월 국회 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지속하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갈등 관리의 필요성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김예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갈등 속에서도 파편적이기는 하지만 곳곳에 숨어있는 협력의 모습들이 있습니다. 특히 2021년 11월 미중이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하고 핵 통제에 대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합의했는데 어떤 접점들이 분명히 중간에 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김 조사관은 나아가 한국이 한 가지 시나리오에만 매달리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향후 대응방향을 수립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김 조사관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국 견제, 한미동맹과 한중 동반자 관계의 균형적 조화, 미중 전략경쟁 속 쟁점별 대응 등 세 가지입니다.
김 조사관은 특히 미국과 중국이 사용하는 수사(rhetoric)와 실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강경한 표현을 사용하는 한편 협력 움직임도 병행하고 있다며 한국 역시 갈등 이면의 협력 가능성을 바라보며 대응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예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미국의 조지프 나이(Joseph Nye)라는 석학은 좋은 전략이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가능성,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있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고요. 미중은 분명히 갈등하고 있지만 협력도 하고 있다는 것, 이 간극을 보려고 하는 노력도 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같은 중간국 입장이었던 우크라이나의 사태는 한국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며 “한미동맹의 근간을 가져가는 동시에 양자택일식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에 기초한 유연한 외교, 실용적 외교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신 교수는 또 “중간국의 갑작스러운 외교ㆍ안보 노선의 변화는 지정학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 내 정치적 분열을 극복하고 일관된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