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탄두·ICBM 결합 등 고급 핵기술 확보에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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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핵무력 강화 의지를 천명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는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으며, 이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한국 내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북한연구학회가 27일 ‘북한 핵능력에 대한 군사적 대비 관점에서의 평가’를 주제로 공동 개최한 토론회.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내세우고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지만 실제 핵능력을 원하는 수준에 도달시키려면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의 핵개발이 역설계와 밀수 등을 통해 비교적 쉬운 기술부터 확보돼 온 점을 고려하면 핵탄두 소형화 및 정밀화, 탄도미사일 재진입 기술 등 고급 기술 확보에는 고충이 클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최종 목표가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결합시키는 것이라고 가정하면 아직 이를 달성했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최대 200킬로톤(kt)이라는 평가가 따르는 지난 6차 핵실험 결과는 실제로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무기의 최대 위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태평양에서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의 핵능력으로는 핵탄두를 화성-15형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단 한 번의 시험발사로 정확한 목표 해수면 상공에서 폭발시키는 데 성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의 의지와 기술적 능력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서 “북한이 의도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핵무력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 선뜻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습니다.

핵능력 강화는 핵무력의 ‘다종화’를 의미하며, 이는 해당 국가의 경제력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하에선 원활한 추진이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김 위원은 “북한의 핵 능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은 틀림없지만, 장기간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재를 겪는 가운데 과연 목표대로 핵전력을 확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확장된 핵무력을 유지할 만한 기반시설과 인력, 재정을 갖췄는지 여부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위원은 특히 북한이 성공으로 규정한 화성-15형 탄도미사일 발사의 경우 한 차례의 시험발사 뒤 재진입과 종말단계 유도 기술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면서, 부족한 시험 횟수로 미뤄 정확도가 낮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미국과 구소련, 프랑스, 중국 등의 사례를 보면 장거리 미사일의 경우 운용까지 최소 12차례의 비행시험을 거치는데, 북한은 오히려 단거리에서 장거리 미사일로 갈수록 시험 횟수를 급격히 줄이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보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미국과 구소련의 경우 1세대나 2세대 전략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36차례 시험발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는 24차례 정도, 중국은 가장 적은 12차례 정도를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자신들이 목표로 한 핵과 미사일 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일 것이라는 분석은 한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지난 25일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들이 모두 완성 단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 내용을 전했습니다.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들의 외양과 북한 측이 주장하는 제원 간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북한이 신형 무기라고 주장은 하지만 대대적으로 선전하지는 않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입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 :북한이 지난번에 공개한 전술유도무기 같은 경우에는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했는데, 열병식에서 공개된 것을 보니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그리고 전술핵을 탑재할 미사일이라면 대대적으로 선전을 해야 할텐데 관영매체에 한 장의 사진만 공개됐습니다.

신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실패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17형 탄도미사일의 경우에도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전력도 부풀려진 측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 예비역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이날 “북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3축 체계를 조속히 완성하고 도발 시 즉각 응징할 수 있는 군사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향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북한이 이틀 전 열병식에서 핵무력 강화 등을 언급한 것에 대해 “김정은의 발언은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확실한 군사대비태세의 지름길인 한미공조 체제를 강화하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달 초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선제적인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25일 열병식에서 “핵이 전쟁 방지라는 사명에만 속박될 수는 없다”고 밝히는 등 핵 사용 가능성과 관련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기 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북한 군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극초음속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선보였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