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 남북관계 발전 등을 향한 선순환 동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비핵화에 대한 선후 구분 없이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와 연합뉴스가 24일 서울 중구에서 공동주최한 ‘2022 한반도평화 심포지엄’.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남북관계에 협력과 통합의 새로운 구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미국과 중ㆍ러의 전략적 경쟁이 뚜렷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핵ㆍ미사일 개발을 지속한다면 한국과 북한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이어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오히려 비핵화를 이룰 수 없다”며 “선순환 동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선후 구분 없이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권 장관은 “형식의 틀에 갇히기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대화를 나눌 생각”이라며 “국제사회의 공감대만 이뤄낼 수 있다면 상당 수준의 (남북공동) 인프라 사업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권영세 한국 통일부 장관 :제가 오늘 확실히 말씀드리건대 정부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라는 원칙은 견지하되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발전, 북미대화 등의 선순환 동력을 만들어갈 수만 있다면 그 선후를 구분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다만 권 장관은 이러한 입장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권 장관은 “핵은 일단 놓아두고 대화ㆍ협력부터 해보자는 주장은 언어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말했고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계획’도 “모든 것을 한 번에 풀겠다는 구상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갈수록 힘을 잃은 이유는 “장밋빛 청사진들이 하나씩 지켜지지 않은 결과”라며 “허황된 약속이 아닌 실천 가능한 약속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도발을 통해 협상력을 키우고 보다 유리한 여건을 만들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면 매우 잘못된 판단”이며 “이는 더욱 강한 제재와 억제만 쌓아올릴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영범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북한의 도발 행위에는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겠지만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둘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켰다”며 “미국ㆍ일본 등 핵심 우방과의 공조를 계속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고 “중국과도 상호존중 정신에 입각해 호혜적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다수의 전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참석했습니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를 지낸 다니엘 러셀(Daniel Russel)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바이든 정부의 인도ㆍ태평양 전략의 핵심 목표는 우방국과의 집단방위를 통한 억제력 강화, 민주주의적 가치의 옹호 등이라며 “한국은 모든 면에서 적절한 파트너가 될 것이고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는 또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이 화염과 분노를 기반으로 한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다니엘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모든 부문에 있어서 한국은 미국의 아주 적절한 파트너 국가가 될 것이고 한반도 너머에서도 더욱 적극적인 파트너 역할을 요구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계인 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영 김(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펼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미국의 전통적인 대북정책과 잘 맞아떨어질 것”이라며 러셀 전 차관보와 같이 한미 간 공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이와 함께 영 김 의원은 “대북정책에 있어 북한의 인권 문제가 별도로 취급되어선 안 된다”며 “한미동맹은 북한의 인권침해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해야 하고 북한에 보편적 가치를 지킬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 김 미국 하원의원 :북한을 대하는 데 있어 인권과 다른 이슈들을 별도로 다룰 게 아니라 함께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민간 교류 협력의 확대가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김 전 차관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민간 교류를 통해 변화하기 시작하면 북한 사회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민간 자율로 교류 협력을 진행하고 민간단체의 북한 주민 접촉 역시 사후 신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밖에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와 안호영 전 주미국대사는 한미 공조 강화와 관련해 다소 엇갈린 입장을 보였습니다.
위 전 대사는 “한미 공조를 강화할 경우 한중ㆍ한러 관계가 더욱 경색될 것이며 북한은 더욱 도발적으로 변할 것”이라며 “미국이나 중국 중 하나를 택할 것이 아니라 한국만의 좌표를 선택해 미ㆍ중ㆍ러를 상대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안 전 대사는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의 근원에는 가치체계의 대립이 있다”며 “전략적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이 한국 외교ㆍ안보정책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