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변 핵폐기에 부분적 제재완화 제안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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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대북정책 담당 고위 관리들이 다음주 한국을 방문할 것이란 보도가 전해지면서 미북협상 재개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들도 제기돼고 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2일 이 연구소가 주최한 한반도 문제 관련 화상회의에서 "미국이 북한과 관련해 현재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해 대북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최근 회고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 당시 부분적 제재완화를 거론했다고 말했습니다.

차 석좌: 볼턴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당시) 내부적으로 일정 부분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어봤다고 합니다. 이것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회자되는 이른바) '10월의 깜짝 선물'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차 석좌는 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앨리슨 후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조만간 한국과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안다며, 이러한 부분적 제재 완화만이 대선 전 미국이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같은 행사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미국이 똑같은 입장으로 북한을 계속 만난다면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창의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의 이른바 '10월의 깜짝 선물'은 북한의 도발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테리 연구원: '10월의 깜짝 선물'은 북한의 긴장 고조 혹은 도발의 형태가 될 것입니다. 미국 정부가 미북 정상회담을 갖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한국 정부가 북한에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남은 유일한 선택지는 더 많은 도발을 통해 트럼프 재선 이후나 혹은 새로운 (민주당) 바이든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테리 연구원은 그러나 여전히 '10월의 깜짝 선물'이 미북 정상회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협상을 통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또 최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같은 북한의 연이은 대남 도발행위들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통일부 장관 등 대북정책 관련 주요 인사를 교체했고, 미국 역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고위 관리들이 북한 측에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겁니다.

한편 이날 함께 회의에 참석한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석좌는 "한국 정부는 계속해서 남북관계 진전을 추구하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과의 외교에 대한 문을 열어둔 상황"이라며 "결국 미북협상은 북한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