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 이후 한반도 전구, 즉 작전구역을 겨냥한 전술핵 능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분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세적인 핵무력 법령을 채택했다고 발표한 북한.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성훈 연구원은 ‘북한 핵무력 법제화의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전술핵 운용 공간의 확장과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강조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총비서의 연설 내용과 관련해 북한이 한반도 전구, 즉 작전구역을 겨냥해 전술핵 능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정은 시기 북한의 핵교리가 ‘공세성’이라는 개념 아래 지속과 변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가 이번 법제화로 나타났으며 이는 올해 김정은과 김여정, 그리고 북한 매체들이 잇달아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시사함으로써 심화됐다는 설명입니다.
이 연구원은 지난 6월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전술핵무기 전방부대 실전배치와 운용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이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도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연관된 행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핵무력 정책에서 ‘국가 지도부’나 ‘전략적 대상’에 대한 외부 공격을 핵무기 사용 조건에 포함시킨 점을 언급하며, 여기엔 한국의 대응체계 중 하나인 ‘압도적 응징보복 대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핵무기 사용 조건을 모두 북한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규정해 자의적이고 주관적 상황인식을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 전시와 평시에 관계없이 핵무기 사용 범주를 대폭 확대해 공세성을 강화한 점을 이번 법령의 특이점으로 분석하면서 이른바 ‘공세적인 핵교리’로 나아가는 경향성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군사적 측면에서 북핵 위협을 반영한 작전계획 수립 등의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북한의 핵무력 법령 채택이 다음 달 중국 당대회를 앞두고 확고한 대미 항전태세를 강조해 북중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의 홍민 북한연구실장과 홍제환 연구위원은 ‘북한 제14기 제7차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시정연설 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의 발표가 “확고한 대미 항전태세를 보여주고 비핵화 불가 및 핵무기 고도화 입장을 분명히 해 대미·대남 압박 의지를 보임으로써 북중 공동전선 및 협력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라며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난 14일 '제주포럼'):선제적으로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과 기대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림으로써 중국이 미국에 대한 공동 전선을 펼치기를 요구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홍 실장은 북한이 이번 법령 채택을 통해 미국에 자신들의 핵사용 원칙과 상황을 인지시킴으로써 미국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행할 수 있는 대북 선제적 정밀타격이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법령 제정 및 시정 연설의 내용과 맥락상 한미 간 북핵공조와 확장억제력 강화 등에 대응한 대미 및 대전쟁 억제 효과, 북·중·러 공동전선 형성 등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한국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Tailored Deterrence Strategy)을 9년 만에 개정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현재 북핵 위협은 한미가 TDS를 처음 작성한 2013년보다 훨씬 고도화됐고 미군과 한국 군의 능력도 발전돼왔다”며 이 같은 변화를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미 TDS는 북한 지도부 특성과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고려해 한반도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 한미 공동 억제전략입니다.
이 장관은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는 상황, 핵을 사용하기 직전, 핵을 사용할 때 등 핵 위협 수준의 여러 상황이 일어났을 때 그 대응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해 새 한미 TDS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도 이날 부임 100일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미 간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으로 한국 정부도 미국의 핵우산 운영에 대해 제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조 대사는 “미국이 확장억제, 즉 핵우산을 운영하는 데 있어 한국이 제도적으로 발언권을 갖게 됐다”며 “한국 측 의견을 투영해 필요할 때 확장억제가 그 필요에 맞게 쓰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과 관련해선 “대북 유인책이 계획의 초입에 배치된 의미 있는 제안이며, 북한에도 이익이 된다”면서 북한에 이를 심사숙고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