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신냉전 이용해 핵무력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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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심화되는 신냉전구도를 활용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통일연구원(KINU)-일본국제관계연구소(JIIA) 한일전략대화’에서 “북한이 신냉전 상황을 활용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고 밝혔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오는 10월 당대회가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체계화 노력을 쉽게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정세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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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로 나선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중계화면 캡처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러시아나 중국이 쉽게 북한의 핵 보유, 핵 체계화를 막을 수 없다는 어떤 정세적인 판단이죠. 즉 신냉전 상황을 활용해서 이번 핵무력 사용을 법제화하는 법률을 제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 8일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보면 현재 국제 정세가 북한에게 군사력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따라서 북한이 최대한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는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한 또다른 배경에는 외부로부터의 김정은 정권 몰락 시도, 김정은 참수작전 등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체제 내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9차 당대회가 예정된 2026년, 적어도 2025년까지 전체주의적인 수령 독재 체제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당초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 주민들의 동의 등을 중요시했지만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상당히 전체주의적인 흐름이 사회 정책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소 보수적인 흐름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재 북한의 사회 분위기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명예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개발하고 있다”며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오코노기 명예교수는 "북한이 외교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과 군비 관리를 위한 협상, 한국과 신뢰 조성을 위한 협상 등에 응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북한이 무언가 포기하거나 양보할 여지는 굉장히 적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기준선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정해졌다”며 “그 아래 수준의 논의 시도에 대해서는 아마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진하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너희 미국이 이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좀 갖고 와라 하는 이야기고 그리고 기준점이 사실 저는 이미 싱가포르 회담으로 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밑으로 가서는 아마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김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했지만 핵무기 사용에 대한 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25개~40개 정도로 파악되는 북한의 핵탄두는 아직 현장 지휘관에게 위임할 만한 물리적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법령 자체에도 (김정은의 권한을 의미하는) ‘유일적 지휘’라는 문구가 확실히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황진태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군사적인 분야 외 북한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또다른 분야인 전염병, 자연재해 등에서 어떻게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통일연구원-일본국제관계연구소 한일전략대화는 한국과 일본 양국 전문가들이 향후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양국의 협력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으며 올해 9번째를 맞이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