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러시아의 핵 정책을 참고해 핵무력 법제화를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의원이 30일 국회에서 주최한 ‘북한 핵정책 법제화, 핵무장과 핵공유를 제외한 대응방안’ 세미나.
발제에 나선 이흥석 전 연합사 정보생산처장은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상당 부분이 러시아 핵 정책의 기본원칙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이 전 처장은 “러시아가 밝힌 핵무기 사용가능 조건과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에 포함된 핵무기 사용 조건이 유사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 전 처장은 “지난 3월 22일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국가존립이 위협 받을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자의적 핵사용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며 “김정은이 제도적으로 법제화한 것도 바로 이 자의적 핵사용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전 처장은 “김정은이 푸틴을 보며 핵을 이용한 강압전략 등 많은 교훈을 받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흥석 전 연합사 정보생산처장 :김정은이 상당히 푸틴으로부터 많은 교훈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 바로 핵을 이용한 강압전략이 대표적인 것이죠. 이번에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을 보면 많은 부분이, 어떤 것은 거의 문구도 똑같이 하며, 2022년 푸틴이 발표했던 국가안보전략 개념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 있습니다.
이 전 처장은 미국의 핵 전략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핵무기의 단일목적 정책을 폐기하고 극단적 상황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 ‘극단적 상황’이라는 전략적 모호성에 주목하고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했다는 것입니다.
이 전 처장은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하며 북한 핵미사일의 생존성 감소를 위한 군사적 노력, 북한의 핵 전력에 대비한 한미 연합방위태세 확립 등을 주문했습니다.
특히 “대량응징보복(KMPR)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 항상 김정은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큰 억제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도화된 김정은 참수작전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조영기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은 “북한의 핵무력 정책법 전문 중 ‘영토 완정’이라는 단어가 포함됐는데 이 의미는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한국을 적화통일하겠다는 목표를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토완정은 북한이 사회주의 체제로 한반도 전역을 완전히 통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북한식 용어로 1948년 9월 김일성이 발표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정강’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김일성은 특히 1949년 신년사에서 국토완정이라는 용어를 13번이나 사용했으며 이듬해인 1950년 6.25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북한이 지난 8일 채택한 핵무력 정책법 중 핵무력 사명 조항을 살펴보면 “핵무력은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을 수호하는 국가방위의 기본역량”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법령 서문 역시 “핵무력은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 근본이익을 수호”한다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조영기 한선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거기에 굉장히 섬뜩한 단어가 하나 들어가 있습니다. 바로 '영토 완정'입니다. 김일성은 '국토 완정'이라는 것을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일어났던 전쟁이 6.25 전쟁입니다.
조 회장은 “지금부터 한국은 핵 균형을 이룰 전략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한ㆍ미ㆍ일 또는 한ㆍ미ㆍ일ㆍ호주의 핵 공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조 회장은 또 “장기적으로는 자체 핵무장에도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며 한ㆍ미ㆍ일ㆍ대만 4국의 핵 개발 연대를 구축할 것을 대안으로 제안했습니다.
조 회장은 “한ㆍ미ㆍ일ㆍ대만 4국의 핵 개발 연대를 통해 북한 비핵화 노력에 동참하도록 중국을 압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재완 북극성안보연구소 핵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의 핵무기가 오늘 당장이라도 날아올 수 있게 됐다”며 “정부에서 국민들에게 북한의 핵 공격시 행동 지침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센터장은 “핵공격에 대한 적극적인 방호와 피해 최소화 대책을 강구하면 북한의 핵공격시 예상되는 300만 명의 피해를 5만 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며 “스위스 등의 사례를 참고해 핵 민방위를 실행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는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의원과 신원식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한 의원은 김정은이 핵무력 법제화를 통해 적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공표했지만 “아무도 절박한 상황을 절박하게 느끼지 않는다”며 위기의식을 나타냈습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제가 봐서는 우리 대한민국이 이대로 간다면 없어집니다.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에 제일 첫 번째 주제로 핵에 대해서 질의할 겁니다. 대답은 거의 똑같을 겁니다. 이게 답답한 거죠. 오죽하면 지금 우리 군에는 핵 교범이 없습니다.
신 의원은 북한에게 핵과 생존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북한이 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것, 북한의 핵을 군사적으로 거부하는 것, 핵 민방위를 갖추는 것 등 네 가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이 풀세트가 되어야 북한의 비핵화도 되는 것입니다. 이 네 가지는 별개의 요소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있는 요소라는 것입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