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핵무기에 맞서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옹호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들이 이를 비판한 북한 선전매체와 관련해, 불법적으로 핵을 개발한 북한 측이 한국의 핵확산을 우려하는 것은 '웃기는 (comical)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 2일 최근 한국 언론들과 전문가들 속에서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한 비난과 비평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 위험하고 안보만 해치는 행동으로 '핵 도미노' 현상, 즉, 다른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는 현상을 야기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 경제가 파탄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겁니다.
또 전혀 논의할 가치가 없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외교적 고립과 안보위기만을 자초하는 자살행위와 같은 행동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비평들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7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한국이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에 맞춰 독자적 핵무장을 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한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학부의 제니퍼 린드(Jennifer Lind)와 대릴 프레스(Daryl Press) 두 교수는 북한 매체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두 교수는 4일 북한 매체 '메아리'의 관련 보도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요청에 북한이 한국 측에 역내 핵확산의 불안정한 효과를 가르치려는 생각 자체가 웃기는(comical)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반도를 핵무장화한 것은 북한이고 북한의 이런 선택 때문에 지금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가능성이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The idea of North Korea lecturing Seoul about the destabilizing impact of nuclear proliferation in in the region is comical. It was North Korea, after all, that nuclearized the Korean Peninsula. Pyongyang's choices led to the decisions that South Korea faces today.)
그러면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는 불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합법적으로 핵개발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이 이 조약을 가입한 상태에서 이미 비밀리에 핵개발을 했고 조약 탈퇴 후 핵개발을 중단하라는 유엔 안보리 결의들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한국은 지금까지 핵무기전파방지조약을 충실히 지켜왔고 북한 핵무기라는 한국이 처한 안보위기를 한국의 우방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설명한 후 핵무기전파방조약을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합법일 뿐 아니라 제재도 없을 것이라고 두 교수는 주장했습니다.
또 '핵(확산)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은 북한의 불법 핵무기라며 이 때문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도 제기되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과 호주(오스트랄리아 등) 동아시아에서 핵을 보유하지 않는 국가들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과 자신들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It is North Korea's illegal arsenal that creates "nuclear domino effects" – possibly causing Seoul to build nuclear weapons as well. The non-nuclear countries of East Asia would not fear a South Korean arsenal and develop their own weapons.)
앞서 린드 교수와 프레스 교수는 지난달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학계 및 정치권 등 조야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응한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우(Doug Bandow)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18일 외교전문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에 북한이 괌과 주일미군기지를 비롯, 미 본토에 보복을 감행할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면서 한국에 더는 핵우산을 확약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치권은 그동안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북한이 최후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동원할 경우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위협을 무릅쓰고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은 국익이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린드 교수와 프레스 교수도 미국이 한국을 돕다가 북한의 핵공격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해 한국 방어를 포기하자고 할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한국의 핵무장이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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