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핵 사용 전제 새로운 작계 수립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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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 구체적인 확장억제 내용 문서화 등 확장억제 실효성 강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종연구소 주최로 2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진화하는 북핵 독트린과 한미의 이중과제’ 제7차 세종국방포럼.

발제를 맡은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군비경쟁에 돌입할 준비가 되어 있고 이는 결국 북한 체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차 수석연구위원은 새로운 작전계획(Operational Plan)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3일 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통해 북한의 핵 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매년 개최하기로 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라면서도 “실제 핵 관련 자산이 이동하고 운용되는 훈련까지 수반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사시 거부적 억제, 응징적 억제 능력이 실제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을 연습ㆍ훈련을 통해 시현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작전계획의 수립”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작전계획에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원칙이 규정되어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산과 부대 등이 명시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작전계획에는 미 인도ㆍ태평양 사령부 등 기존의 작계 협력 단위를 넘어 미국의 핵 자산을 다루는 미 전략사령부가 들어와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차원의 구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TTX를 넘어서 무엇을 할 수 있느냐 하면 실제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실제 연습의 근본은 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문서입니다. 그 기본 문서가 무엇이냐면 작전계획(Operational Plan)이에요. 작전계획에 잠재적인 적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가정을 하고 이것을 대응하기 위해서 자산, 전력을 움직여보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발제자인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한국에서 미사일 발사 등으로 맞대응하거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무력시위 방식으로는 확장억제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미 양국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확장억제가 이루어질 것인지 깊이있는 논의를 하고 이를 문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부소장은 “여기에는 한국이 원하는 시점, 상황, 구체적인 실행 방식 등 한국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한미 간에 확장억제가 실제로 평상시부터 위기시, 전쟁시 어떻게 작동될 것인가에 대해서 합의를 하고 문서화하고 뭔가 근거를 마련해가면서 하는 것이 제도화이고 확장억제의 실효성도 높이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해야지만 우리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확장억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 부소장은 이와 함께 “윤석열 정부가 임기 말까지 확장억제를 어느 수준까지 구축해놓을 것인지 큰 그림에 대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시기와 관련해 “이왕 하는 김에 굉장히 아껴서 할 것”이고 “신형 탄두 생산 능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능력 등을 올해 안에 다 입증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일단 올해를 넘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스텝이 조금 꼬인 정도라면 내년 2~3월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맞춰 진행하겠지만 기술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북한의 스텝이 그보다 더 꼬였다면 그 이후로도 핵실험을 못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소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 본토를 위협하면 확장억제 공약이 이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는 한미동맹 차원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동맹시스템의 신뢰성, 비확산 체제의 운명과도 연계된 문제”라며 극단적인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은 미국에 대해 제2격 보복능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충돌 상황시 조기에 핵을 사용할 유인을 느끼고 미국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제적으로 북한의 핵 능력을 무력화하는 것에 유인을 느낄 것”이라며 “재래식 전쟁이 핵 전쟁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조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회를 맡은 문정인 세종재단법인 이사장은 “유사시 방공호가 인명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최고의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진보ㆍ보수 정부 모두 이 부분에 소홀하다”고 지적하며 “북한과 강대강으로 나간다고 하면 방공호 구축 준비부터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