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서 시험 가동된 것으로 알려진 실험용 경수로(ELWR)에 대한 협상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국제원자력기구 전 고위 관리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990년대 북한 영변 핵시설 사찰의 주역으로 활동한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은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영변의 새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에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차장 : 협상에서는 원자로의 안전문제, 가동을 위한 연료는 누가 어디서 만들고 폐연료처리봉은 어디로 보낼지 등 복잡한 문제를 논의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기 공급용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앞으로 핵협상에서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북대화 전에 가동하지 않길 바랍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28일 이 실험용 경수로를 통해 북한은 년간 25~30메가와트의 전기와 무기등급 플루토늄 20킬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1994년 미북 간 체결된 제네바 핵합의에서 북한이 이미 영변 5메가와트 핵시설 폐기에 합의했지만, 이 실험용 경수로는 미북 협상의 새로운 변수이기 때문에 북한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나 1990년대 중반 1차 북핵 위기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함경남도 신포 금호 지구에 건설하다 중단한 경수로 대신 영변 실험용 경수로를 유지하겠다고 북한 측이 주장할 경우 결코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가 건설하다 중단한 경수로는 제 기억이 맞다면 1천 메가와트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영변 경수로의 30배의 전력 공급이 가능한 것이죠.
북한이 자체 건설한 실험용 경수로에 대해 알려진 바가 너무 없고 특히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경수로의 안전이 문제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쓰나미로 인해 전기공급이 중단됐던 것처럼 영변 경수로도 이런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기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는 지 위성사진 등을 통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서는 한 달 이상 수 메가 와트의 전기가 지속적으로 공급돼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전기 공급을 구실로 영변 경수로 폐기를 거부한다면 한국에서 전기선을 끌어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공급하거나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일반 발전소를 건설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