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북핵 협상, 미북 양자 아닌 다자 틀에서 진행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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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새로운 대북정책은 북한 비핵화를 단번에 일괄 타결하려던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달리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될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미북 양자 협상이 아닌 다자 틀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정책조정관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장기 과정의 일환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제한(limit)하는 합의(agreement)를 북한과 맺는 협상을 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연장이나 핵연료생산 중단 등에 대한 검증가능한 제약(constraint)에 동의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에 제재완화와 다른 경제지원을 하는 단계적 접근을 추구할 것이라는 게 세이모어 전 조정관의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 바이든 행정부는 비핵화를 위해 한번의 포괄적인 일괄타결(a single comprehensive package)보다 단계별 접근(step-by-step approach)을 추구할 것입니다. 포괄적인 일괄타결 접근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실패했기 떄문입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 및 다른 정치적 대가로 북한의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는 포괄적인 일괄 타결안을 김정은 당시 국무위원장에게 제시했지만 거절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단계적인 접근은 단기간에는 북한의 일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제약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달성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도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해법으로 단계별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대북 협상은 미북 정상회담과 같은 양자 차원이 아닌 한국 등 역내 국가들 참여를 통해 다자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힐 전 차관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문제와 관련해) 지역 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더 강조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할 것입니다. 또 북한문제는 지역문제이기 때문에 다자 회담을 통해 다뤄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핵 문제를 단계별로 접근하는 것은 한국 문재인 정부가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단계별 접근을 추진하면 한미 간 협력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문제는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새 대북 정책은 코로나 19 등 미국 국내문제와 중국, 이란핵협상 등 우선적인 국제문제에 대한 접근 방향이 어느 정도 결정된 후 발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반면,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바이든 행정부는 새 대북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한국을 방문해서 발표하는 성명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12일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새 대북정책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지난 9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답변을 대신했습니다.

당시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고 미국과 동맹국을 안전하게 하는 새로운 대북 접근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