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섣불리 북핵 협상 전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힐 전 차관보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자 :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비핵화 관련 성과가 없이 돌아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과의 협상 경험을 토대로 향후 성공적인 비핵화 대화를 위한 제안을 하신다면요?
힐 전 차관보 : 다음 단계에는 북한 비핵화 과정을 진전시키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의 팀, 즉 국무부 '포스트 싱가포르 정상회담 워킹그룹'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워킹그룹, 즉 실무단이 어느 정도의 견인력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북한과 협상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북한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등에 떠밀려 서둘러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인사를 주축으로 한 실무급 관료가 참여할 것으로 보이는 워킹그룹에서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혹시 성 김 대사에게 협상과 관련한 조언(tip)은 없으신지요?
힐 전 차관보 : 성 김 대사는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잘 해 낼 것이라고 충분히 신뢰하고 있고,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이번 방북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상대가 리용호 외무상이 아니라 여전히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었다는 점은 다소 긍정적인 요소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과거 북한과의 협상의 경험으로 보면 북한의 핵 프로그램 관련 협상을 할 실질적 능력이 없다는 주장(no actual ability to negotiate away NK's nuclear weapons program)도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힐 전 차관보 : 북한에서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단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회담 내용을 적는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전달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지요. 최고위층인 김 위원장이 결정하기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가 외무상이든 통일전선부장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말입니다.
기자 : 그러면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힐 전 차관보 :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을 예방하도록 할 수 있었지만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은 유감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만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기자 :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에 나서도 될 만큼의 견인력이 형성되려면 우선 워킹그룹, 즉 실무단이 어떤 성과를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힐 전 차관보 :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할 지에 대한 로드맵, 즉 지침서 같은 것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후에 워킹그룹이 기초를 다지고 북한이 준비됐다고 판단되면 폼페이오 장관이 직접 협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앵커 : 지금까지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의 견해를 양희정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