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년에도 한·미측 대화·핵협상 요구 무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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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핵 능력 증강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년에도 미북·남북 대화와 핵협상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 내 국책연구기관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19일 내놓은 ‘2023 국제전망’ 보고서.

북한이 내년에도 미국의 대화와 핵협상 제안을 무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연구진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비핵화는 없다”고 단정적인 선언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이 대외정책을 비롯한 전 분야에 걸쳐 9차 당대회가 예정된 오는 2025년 말까지 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선언을 대내외에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등 대부분의 중기 계획이 이 같은 기반 위에서 작성·실행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 향후 2~3년 동안 ‘자위적 국방력’과 ‘자립경제’ 구축으로 상징되는 현재의 노선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지난 9월 감행한 핵무력 법제화에 따라 이른바 ‘책임 있는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대화 요구를 외면하는 현재의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연구진은 북한이 한국을 향한 도발을 반복하면서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 자연재해 등 ‘삼중고’를 겪고 있어 지난 2010년, 2017년과 같은 북핵 위기를 촉발할 만한 대형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핵무장을 통해 이미 자신감을 찾은 북한이 과도한 무력시위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며, ‘삼중고’에서 벗어나려면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0년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을, 2017년에는 6차 핵실험에 이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감행한 뒤 이른바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해 한반도 내 긴장을 고조시킨 바 있습니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하부단위에 자율성과 성과보상을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해 생산성을 유지해온 기존 방식 대신 국가 전체 자원을 중앙에서 더욱 철저히 통제해 주요 국가과제에 집중하겠다는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인 경제 생산성은 오히려 악화될 개연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또 빠른 대외교역 정상화가 필요한 만큼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더욱 밀착하게 될 것이지만 코로나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중국 측이 충분히 협조하기 어려운 대·내외적 상황에 빠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대화를 시도해온 한국과 미국의 협상 추진 동력도 떨어질 것이라며,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억제력 강화가 양국 대북정책의 핵심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 자체 핵무장과 전술핵 재반입 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이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제를 더욱 구체적·가시적으로 제공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선, 내년에도 냉각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평행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지난 2019년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 국면에 빠진 남북대화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지난 12일):향후 15년 동안 남북 대화가 없을 수도 있다고 각오를 하고 가야 합니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남북 관계가 없는 게 아니라,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지거나 북중 교류가 이어지더라도 남북 관계는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연구진은 다만 한국 정부는 북한 무력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한미일 안보 협력을 지속하면서도 이른바 ‘담대한 구상’을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놓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