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중·러 밀착하며 핵실험 할 듯...한·미 공조로 대응해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번 갱도를 가동 상태로 복원하려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14일 분석했다.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3번 갱도를 가동 상태로 복원하려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지난달 14일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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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이른바 신 냉전 구도를 이용해 중국과 러시아에 밀착하면서 핵개발을 이어갈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공조를 강화해 이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상근 연구위원이 ‘노동당 8기 4차 전원회의 이후 북한의 대외정책과 정세인식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보고서.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말 당 전원회의 이후 급속한 핵능력 발전을 중심으로 한 독자적인 안보역량 강화,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통한 생존 도모라는 새로운 대외정책을 실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전제와도 같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합의를 파기했다는 점에서 지난 2018년 이전까지의 ‘비타협적 핵개발 전략’으로 회귀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과의 대결구도가 길어져도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경제를 발전시킬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세계적으로는 서방과 중국·러시아, 동북아시아 차원에서는 한·미·일과 북·중·러 간 대립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 미국과 장기전을 벌이더라도 내부적으로 정치·경제적인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이 같은 대립 구도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 하에 핵개발 및 중국·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는 대외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러시아의 비호를 확실히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에 핵실험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며, 실험을 두 차례 이상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이에 맞서 독자적인 방어체계와 미국과의 협력 강화 등 군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 미국 측 확장억제력 제공에 대한 신뢰성 제고 조치를 지속하고, 북한이 핵실험 등 무력시위를 강화할 경우에는 이를 상시적으로 한반도에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미국과의 핵공유 등은 미국 내 반대 목소리가 높아 현실성이 작으며, 이를 추진할 경우 NPT 체제 유지를 두고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대비 외의 수단을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군사적 대비 일변도로 북한에 대응하는 경우 이른바 ‘안보 딜레마’를 발생시켜 긴장을 키울 수 있는 만큼, 대화와 협력을 통한 문제해결 의지도 지속적으로 표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러시아와 중국도 현재의 국제정세상 북한의 핵개발을 묵인하고 있을 뿐 이에 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화에 응하지 않는 북한보다는 중국·러시아와 대화를 먼저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미정상회담의 군사안보적 함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양국 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더 정교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성훈 연구위원은 전략 자산 전개와 관련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거나 한미 연합훈련을 실시하는 상황 등 그 필요성이 커지면 순환 배치에서 정례 배치로 전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이어 한미 간 협의 없이 불특정한 시간과 장소에 갑작스런 전략 자산 전개나 철수를 추진하는 경우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공조 체계를 구축하고 소통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우선 대대급 이하에서 실시하고 있는 야외 기동 훈련을 연대급 이상으로 확대해 장병들의 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핵 대응을 위한 작계 작성과 연습을 통한 검증, 과학화된 연습 훈련 체계 구축, 다양한 국가들과의 연습 훈련, 제3국에서 실시하는 연합 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방안 등을 통해 연합 작전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