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오는 23일부터 25일 사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방식으로 폐쇄하기로 발표한 것에 대해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반면, 과거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와 같이 비핵화와 전혀 상관없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14일 워싱턴 DC에 소재한 카네기 재단에서 열린 북한 관련 토론회에서 전직 미국 외교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엇갈린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대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관련 질문에 대해 북한의 핵실험장 폐쇄는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펼치는 협상 전략의 일부라고 분석했습니다.
러셀 전 차관보: 북핵 실험장 폐기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의도적인 제스쳐(행동)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에게 이제는 미국(이 양보할) 차례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그는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조선노동당 제7기 제3차 전체회의에서 역사적인 핵무장을 완성했기 때문에 북한은 더 이상 핵실험이 필요없게 되었고 이에 따라 핵실험장의 임무는 종료됐다고 말했다며 이를 그들의 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려고 마음 먹으면 언제든지 다시 지하 갱도를 팔 수 있다며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는 보여주기 위한 쇼, 즉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것은 북한이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한 상황과 같다며 폭파하겠다는 풍계리 지하 갱도는 지난 마지막 핵실험 때 이미 붕괴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냉각탑 폭파는 2007년 북핵6자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차원에서 행한 것으로 당시 미국 CNN방송 등을 통해 중계됐던 바 있습니다.
하지만 5년 뒤인 2013년 3월 북한은 영변 핵시설을 재정비, 재가동하면서 냉각탑 폭파는 계산된 보여주기식 행사였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이 국제 기자단을 불러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지켜보도록 하는 것도 냉각탑 폭파와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갈루치 전 특사: 북한 핵실험 장소 폐기는 우리가 비핵화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한편,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와 관련해 당시 영변 원자로 불능화를 위해 북한과 합의한 11개 조치를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자신이 냉각탑 폭파를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당시 우다웨이 중국 측 대표가 자신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냉각탑 폭파가 이뤄져 이것은 미국과 중국 간 합작이었다며 당시 폭파로 영변 원자로가 제대로 가동하는데 7년이 걸렸고 그들은 냉각탑을 다시는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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