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산-31’ 핵탄두 무리한 표준화...추가 실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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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최근 공개한 '화산-31' 핵탄두와 관련해 무리한 표준화를 시도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가 26일 서울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을 주제로 개최한 제9차 세종국방포럼.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 사진을 통해 공개한 핵탄두 '화산-31'이 무리한 표준화를 시도한 결과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초대형방사포와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8종류에 걸친 투발수단에 '화산-31'을 탑재하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렇다면 표준화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 너무 많은 투발수단에 똑같은 탄두를 적용했다는 것입니다. 어뢰와 방사포에도 같은 탄두를 적용하려 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탄두 세분화가 추가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 위원은 같은 탄두를 다양한 투발수단에 적용하면 각 수단별 성능이 상당히 제한된다며, 향후 이른바 '탄두 세분화'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작업을 포함해 탄두를 대량생산 하기 전 전체적인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핵실험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위원은 핵탄두와 투발수단 대량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관리·유지 비용이 북한 측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투발수단, 즉 다양한 미사일 등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면 향후 유지·보수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그 자체만으로 거대한 산업을 형성해 막대한 국가 재정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술핵무기를 대량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현재 보유한 핵탄두가 많게는 1백 개 정도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이 위원은 "핵물질 생산 능력으로만 보면 2백 개 까지도 가능하겠지만, 투발수단과 결합되면 30개에서 1백 개 정도일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소형 전술핵무기 개발에 가장 유리한 삼중수소 생산이 현재로선 쉽지 않은 만큼 중국 등을 통한 불법 거래가 이뤄지는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같은 토론회에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기술과 관련해 신뢰성 검증과 고도화 과정만 남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이 핵탄두 직경을 40~50cm까지 줄이고 무게는 2~3백 kg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러 개의 핵탄두를 서로 다른 목표물로 유도하는 다탄두 개별유도기술(MIRV)은 아직 부족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EMP탄, 즉 전자기충격파를 발생시켜 지상의 통신망이나 전자기기장비, 컴퓨터 네트워크 등의 기능을 일시에 마비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 아직 부족한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40~50km 고도 이상에서 핵탄두 기폭 장치를 작동시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용도라면 탄두가 견뎌야 하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기술적 장벽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