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술핵무기, 한반도 전략환경 바꿀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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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개발 중인 전술핵무기를 실전에 사용하는 경우 기대하는 전술적 효과보다는 핵전쟁 위협과 핵사고 가능성 등 한반도의 전략환경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보미 부연구위원이 22일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과 안보적 함의’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보고서.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한다면 당초 기대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을 바꿀 가능성이 클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북한의 전술핵 개발 및 보유가 한국 내에서 미국의 전술핵 공유 논의와 함께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촉발하는 등 핵전쟁 위협을 키우는 불안정한 안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현 시점에 한반도에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저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이 적절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구체적인 방법을 살펴보는 것이 훨씬 낫고 건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믿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2019년 5월 이후 KN-23과 같은 탄도미사일과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신형전술유도무기 등 무기 시험발사를 전개해왔고 이들 가운데 일부는 전술핵무기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소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해상기반미사일도 전술핵무기로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단거리 미사일을 전술핵으로 전환해 주한미군과 한국 군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냉전시대 유럽 사례로 미뤄볼 때, 전술핵무기가 사실상의 군사적 이익은 제공하지 못하면서 핵전쟁 위협과 우발적인 핵사고의 가능성만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전술핵이 미국의 대북 억제력과 미북 간 불균형적인 핵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북한의 지속적인 핵 능력 강화는 더 큰 외교적·경제적 고립을 초래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신속한 전술핵무기 사용을 목표로 위임된 지휘통제체계로 전환한다면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으며, 무기 관리 측면에서도 도난이나 오용의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전술핵무기가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아니라 상호파괴를 일으키는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남북이 평시에 재래식 전력으로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재개하도록 북한을 유인할 필요가 있고, 국제조약과 협정을 활용해 전술핵무기를 군비통제조약에 포함해 관리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지난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공세적인 핵무력 법령을 채택함에 따라 한반도 작전구역을 겨냥한 전술핵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국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앞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성훈 연구원은 지난 14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술핵 운용 공간의 확장과 적용수단의 다양화'를 강조한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가 북핵 위협을 반영한 작전계획 수립 등의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