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노병대회 개최…“체제선전 강화” “내부불안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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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대내외 체제선전을 위한 것이며 북한 내부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북한이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계기로 평양에서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한다고 전했습니다.

정확한 개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8년 이후 2년만에 열리는 이번 노병대회는 북한이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과 상반되는 행보입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가 국내외에 체제선전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며, 한편으로는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노병대회는 북한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선전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이 대회를 통해 참전 노병들에게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만, 사실 이마저도 자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며 김씨 일가를 찬양하기 위해 참전 병사들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 자체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될 북한 사람들과 참전 노병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적성국 분석국장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노병대회는 코로나19에 취약한 계층을 한 장소에 모이게 하면서까지 체제를 선전하고 싶어하는 북한 당국의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북한 당국의 체제 선전 욕구가) 이제 몇몇 코로나19 관련 조치들보다 우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북한 당국이 어느 정도 현재 코로나19 관리에 익숙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It is now taking precedence over some of the measures related to COVID, maybe this means that the regime is somewhat comfortable with how they have been managing COVID and they can pull something like this off.)

고스 국장은 이어 이번 행사가 이전과 같이 대규모로 진행된다면 노병대회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지 여부와 서로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에 따라 현재 북한 내 코로나19 상황을 추정해 볼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이번 대회에 김정은 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을 지낸 수 김(Soo Kim)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그들의 전략적 노선이 약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병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과 미국에 북한이 적국임을 다시금 알리고, 역사를 통해 여전히 북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같은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코로나19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병대회를 개최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내부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전했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전자우편을 통해 북한 당국이 북한 주민들과 고위 관리들의 관심을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각종 어려움과 문제에서 한국전쟁의 "위대한 이야기(great stories)"로 돌리려는 의도가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상 군인들을 비롯한 많은 북한 주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자체가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있는 것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최소 80대에 접어든 참전 노병들은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해 위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 측은 지난 2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주민들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대중행사와 모임 또한 모두 금지되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