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국노병대회 개최...코로나와 영양실조로 참가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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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기(7.27)를 맞아 진행하는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들이 평양으로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등 질병과 영양실조로 사망한 노병들이 증가해 올해 노병대회 참가자가 줄었다고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5일 “오늘 오전 10시 용천군에 살고 있는 전쟁노병들이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를 위해 군 내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버스를 타고 평양으로 출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용천군에서 평양에 올라간 7.27(정전협정일) 기념 제8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 숫자는 19명으로, 지난해에 진행된 제7차 전국노병대회 참가자 28명 중 9명이나 줄어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올해 봄철에만 해도 용천군 서석리 농촌마을에는 세 명의 전쟁노병이 생존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월 80대 후반의 노병 두 명이 고열과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이더니 코로나 확진 진단을 받았으며 자택에 격리 된지 며칠 안 되어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진흥리에서도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던 고령의 노병이 3월부터 가정의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해 무시래기에 강냉이가루를 범부려(버무려) 끼니를 때우다가 지난 4월 영양실조로 사망하였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결국 사망한 노병이 9명으로 늘어나 용천군에서 전국노병대회 참가자 숫자가 줄어든 것이다”면서 “그런데 당국이 노병대회를 또 다시 진행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고 있는 노병들을 불러내 노병대회를 한다고 선전하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비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성천군에서 제8차 전국노병대회에 참가하는 노병들이 오늘 버스를 타고 평양으로 올라갔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진행되는 노병대회 참가자가 정확히 몇 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해에 비해 거의 절반이 줄어들었다는 얘기를 군당 간부로부터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마다 고령의 노병들이 제대로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으나 올해는 심한 고열과 기침을 하는 등 코로나 의심증상으로 맹물도 못 삼키고 숨을 거둔 노병이 많았다”면서 “내가 사는 읍 동네에도 지난 6월 세 명의 노병이 코로나 증세로 사망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먹지 못해 사망하고 코로나 증상으로 사망하고 있는 전쟁노병들의 비참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국은 노병들의 삶에 대한 개선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형편에 또 다시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하면서 참전자들은 조국과 수뇌부를 목숨으로 수호한 혁명의 보배라고 추겨 세우며 선전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북한당국이 정전협정 체결(7.27)을 기념해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한 것은 올해까지 모두 여덟 차례입니다. 김정일 집권 당시 1993년 7월(40주기) 제1차 전국노병대회를 개최했으며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2012년, 2013년, 2015년, 2018년에 이어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1년, 2022년까지 올해 여덟 번째 노병 대회가 개최됩니다.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회장은 “김정은정부가 선대수령들과 달리 전국노병대회를 거의 해마다 개최하는 의도는 선대수령보다 독특한 리더십을 주민들에 보여주어 체제안정을 꾀하려는 정치 셈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재평 회장 : "김정은정부는 선대수령들이 못했던 부문을 추진하고 있어요. 전국노병대회도 아버지시대에 한번밖에 못한 것을 자금을 들여가며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전염병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노병대회에 참가하고 노병들을 챙겨주는 것은 주민들을 체제에 충성하도록 유도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김정은 정부 출범 이후 전국노병대회는 평양 4.25문화회관 대형극장에서 진행되었으며 대형극장은 6천석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코로나 이전 노병대회 참가자 6천명 중에서전쟁노병은 5000명 정도, 나머지 천명이 무력기관과 중앙기관 간부들이 방청객으로 참가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2020년부터 전쟁노병 참석자 수는 4000명 정도로 감소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국노병대회에 참가한 노병이 3000~3500명 정도로 감소해 성, 중앙기관, 무력기관 간부들과 혁명학원학생들, 청년학생 등 2500명 정도의 방청객이 참가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자 손혜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