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통령실, 북 열병식에 “당국서 움직임 열심히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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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대통령실은 북한이 야간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선보인 것과 관련해 당국이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전날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인민군 창건일 75주년 기념 야간 열병식을 9일 공개한 북한.

북한 관영매체는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7형’과 함께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열병식 사진을 공개했고, 저녁 6시에는 방송으로 현장을 녹화중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지난 2017년 김일성의 105번째 생일 열병식에서 한쪽에 8개씩, 16개의 바퀴를 단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채 공개된 것과는 달리 한쪽에 9개씩 모두 18개의 바퀴를 장착했습니다.

한국 대통령실은 이처럼 북한이 열병식에서 무력을 과시한 데 대해 “당국이 열심히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열병식에 대한 질문에 “8일 중앙통합방위회의를 개최하며 당시에도 북한의 움직임을 주시했다”면서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북한이 경제난을 겪는 가운데 열병식을 무리하게 개최했다며 비판했습니다.

임수석 한국 외교부 대변인 :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날로 악화되는 식량과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 및 전시성 대규모 동원 행사에 귀중한 장비를 낭비하고 있는 데에 개탄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열병식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그 어떠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과 무모한 핵 위협을 즉각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화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담대한 구상을 바탕으로 억지·단념·외교의 총체적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열병식에서 공개한 무기들을 시험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미리 예단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한미 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 관련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현장에 따르면 최신 ICBM인 ‘화성-17형’이 여러 대 동원됐고, ICBM급으로 추정되는 신형 미사일과 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평가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3도 포착됐습니다.

이 가운데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은 바퀴 18개를 단 TEL 위의 원형 발사관에 실린 형태인데, 기존의 ‘화성-17형’보다는 짧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7년 김일성 생일 열병식에서 공개돼 고체연료 적용 여부로 관심을 모은 미사일에 비해서는 TEL 바퀴 수가 늘어 길이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열병식에서 선보인 미사일이 모형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완성 단계에 들어섰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고체엔진 시험은 거의 끝난 것 같고, 그렇다면 이번에 TEL과 함께 공개한 것은 조만간 미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고체연료 ICBM까지 개발했으니 시험 발사도 진행하겠다는 예고를 한 것일 수 있습니다.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지난 2017년에 선보인 미사일은 구조가 단순했고 외부에 부착된 구조물도 없어 모형 같은 느낌이 있었지만, 이번에 공개된 것은 러시아나 중국제 ICBM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실물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선 열병식에서보다 ICBM 등의 무기를 더 적극적으로 공개한 것을 볼 때 한국에 대한 전술핵, 미국에 대한 전략핵 공격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에 대해 “외형으로는 화성 14~15형급이고, 궁극적으로는 고체연료엔진을 이용해 장거리 ICBM급으로 개발하기 위한 모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정보분석관은 북한이 고체연료 연소 실험 당시 노출시킨 고체연료 로켓 보다 모터, 즉 원동기의 직경이 커졌다며, 실험을 공개한 것이 기만활동이었다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이번 열병식에서 최소 10대 이상의 ‘화성-17형’미사일과 다수의 TEL을 선보였다며, 이는 북한이 작전 배치에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를 확보한 점과 중국의 미사일 개발 지원을 받고 있는 정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열병식은 식전행사를 포함해 2시간 남짓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식전행사는 밤 8시 반에 시작됐고, 본 행사는 9시 반에 시작돼 10시 반쯤 마무리됐다는 분석입니다.

기자 홍승욱,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