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병진노선은 항구적 전략노선”

앵커 :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당 사업총화 보고에서 병진노선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도 5개년 전략을 발표했지만 새로운 내용은 없습니다.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점은 눈에 띕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당 사업총화 보고 전문이 8일 노동신문에 공개됐지만, 대부분 예상했던 내용이어서 새롭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핵 병진노선의 경우 이를 ‘항구적’ 전략노선이라고 선언하는 등 표현상의 변화가 있었을 뿐이고 경제 분야에서도 5개년 전략을 발표하긴 했지만 개핵개방 등 경제 개선을 위한 의지가 담긴 부분은 찾을 수 없었다고 다수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지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실시한 사업총화 보고에서 김 비서는 북한을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고 규정하며 “핵전파방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적대세력”이 북한을 침범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 비서가 핵 문제와 관련해 북측이 과거부터 주장해온 내용을 이번에도 되풀이했다고 평가합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그간 북한이 제기해 온 핵 관련 정책의 종합판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세계의 비핵화 실현' 언급은 자신들이 핵 포기, 비핵화하겠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더 강화해서 향후에는 핵 보유국의 입장에서 당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미국과 협상하겠다는, 핵무력 경제 병진노선의 보다 구체적인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북측은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핵 병진노선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경제 분야에서 김 비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전력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재강조한 것을 빼고는 눈에 띄는 내용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한이 자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개선 방안은 사실상 없다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김 비서는 대외무역과 관련해 무역 “일변도”를 없애고 “무역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혀 철광과 석탄 등을 중국에 수출해 외화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실태를 간접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밖에 중국을 상대로 하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미국을 향해서는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했고, 남한을 상대로는 ‘연방제 방식의 통일’을 언급하는 등 과거의 대외정책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남북 관계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김 비서는 남북한을 “통일의 동반자”로 규정하고 “현 파국상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군사 당국 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기본적으로 당 대회에서 천명되는 노선이나 정책은 향후 5년이나 10년을 염두에 두고 발표되는 것인만큼 김정은 제1비서가 이번에 천명한 입장은 한국의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입장 표명으로 판단됩니다.

남한의 통일부도 김정은 제1비서가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우리를 직접 겨냥한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이 김정은 제1비서의 사업총화 보고 전문을 공개하면서 북측이 지난 36년간의 당 사업을 어떻게 총화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풀린만큼 이제 당 규약이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 그리고 북측이 김정은에게 주겠다는 ‘최고수위’가 무엇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당 대회는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끝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측은 구체적인 당 대회 일정을 밝히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