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판 유투브 동영상 충격…24년 세뇌 1분만에 무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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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외화벌이 중 김정은을 비판하는 내용 등의 유투브 동영상을 접하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탈북민의 증언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10일 국제공화연구소(IRI) 한국사무소가 주한유럽연합대표부에서 주최한 북한의 정치적 자유 관련 토론회.

지난 2015년 탈북 후 한국에 정착해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나민희(가명) 씨는 유럽의 섬나라인 몰타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중 인터넷 방송공유 웹사이트인 유투브를 처음 접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 당시 유투브에서 김정은에 대한 비판, 풍자 영상을 처음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북한 체제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나민희 씨 : 그동안 쌓아왔던 북한에 대한 생각, 김정은에 대한 신뢰, 믿음 이런 것들이 와장창 깨지는데 정말 무섭더라고요. 24년을 세뇌당해서 살았는데 그것이 무너지는데 1분도 안 걸렸습니다.

이에 더해 외부 세계의 사람들과 같이 정치 지도자 등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사실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그러한 권리를 누리기 위해선 북한을 떠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나민희 씨 : '나도 같은 사람인데 나는 왜 내 지도자에 대해서 한 마디도 얘기를 할 수 없었나, 불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걸 표출할 수 없었나' 이런 생각이 그 때 굉장히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기본적인, 보편적인 권리인데 이걸 누리려면 내가 이 땅을 떠날 수 밖에 없겠다 생각했습니다.

나민희 씨는 또 한국 내 탈북민들의 생활에 대한 유투브 영상을 본 것이 탈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유투브에 직접 올리는 영상을 통해 북한의 주민들 또는 해외 노동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대학교 재학 중 유학생으로 선발돼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5년에 탈북한 김정국(가명) 씨는 외국에서 수많은 뉴스 그리고 한국 드라마와 노래를 접하면서도 북한에서 교육 받은 사상은 곧바로 바뀌지 않았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축적된 외부 정보는 결국 그러한 사상이 일시에 허물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김정국 씨 : 한국 드라마도 처음에는 그냥 즐겼어요. 재밌어요. 자꾸 보다 보면 극중에서도 한국의 현실들이 보이고 저기 사람들은 저렇게 사는구나 비교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지속적으로 쌓이다 보니까 나중에 (사상이) 확 바뀌어버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 문제 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경직된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한국 등 외부 세계의 생활 모습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국 씨 : 한국은 이렇게 산다. 외국은 저렇게 산다.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계속 들어가다 보면 우린 왜 이렇게 살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정보의 유입 통로를 계속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그리고 언론∙표현∙정보∙결사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정치 체제나 최고 지도자에 대한 어떠한 비판적인 표현도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북한 주민들의 사생활은 국가의 감시에 놓여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