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 협상상대 교체 요구는 감정적 불만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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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관영매체를 통해 향후 미북협상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닌 다른 대화상대가 나서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혀 그 의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요구가 단호한 입장이기 보다는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마이클 오핸런(Michael O’Hanlon)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선임연구원은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과거에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향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비난한 적이 있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한 북한의 이번 비판도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볼턴 보좌관이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리비아 모델’ 즉 리비아식 해법을 제시하고, 북한의 모든 핵능력의 즉각적인 제거를 주장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위협을 암시했을 때도 북한이 이러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지적입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 : 북한의 단호한 입장이기 보다는 감정적인 반응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은 누가 미국의 국무장관, 대북 협상대표, 또는 국가안보 보좌관이 될지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길 바랍니다. (In other words, I think this is more or less emotional reaction, rather than a firm position. And, hopefully, North Korea will realize it doesn't get to choose who Secretary of State might be, who top negotiators might be, or who the National Security Advisor would be.)

그는 이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는 달리 폼페이오 장관과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 사이 틈을 만들려고 한다면 이는 오판(miscalculation)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 관영매체가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의 ‘독재자’ 발언을 비난한 것에 대해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옳은 말을 했지만 생각을 그대로 직설적으로 언급한 측면(call a spade a spade)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통 외교가에서 상대국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원할 경우 이 같은 수위의 발언은 잘 나오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이유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면서도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현재 북한의 인권상황을 강조하지는 않더라도, 북한 정권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 사항에는 솔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프랭크 엄(Frank Aum)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대미 협상과정에 있어 폼페이오 장관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엄 선임연구원 : 현재 시점에서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이 이에 대해 도움이 안되는 인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It seems clear that at this point they feel Secretary Pompeo is not going to be helpful in the negotiation. While they are open to a third summit, they don't think that Secretary Pompeo will be a helpful person in getting there.)

다만, 엄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에 대한 비난이 대북 협상방식을 향한 것인지, 혹은 강경한 대북 인식을 겨냥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선 양국 간 사전 실무협상이 필수적인데,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협상 권한이 제한적인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적당한 권한이 있지만 북한에겐 가장 큰 협상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엄 선임연구원은 “한 가지 의문은 폼페이오 장관처럼 적당한 권한이 있으면서도 더 북한에 협조적인 인물이 누구인지”이며 “또 다른 의문은 과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고려할 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18일 북한의 미국 측 대화상대 교체 요구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관련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에 관여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습니다. (We are aware of the report. The United States remains ready to engage North Korea in a constructive negot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