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을 '두 국가'로 규정한 뒤 북한이 통일과 관련한 흔적을 지우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우표 사이트에서도 관련 우표들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발행하는 우표들을 망라해 놓은 온라인 사이트인 ‘조선우표’. 북한의 조선우표사가 운영하는 해당 사이트에는 27일 현재 5180매의 우표가 등록돼 있습니다.
사이트 조선우표는 등록된 우표들을 발행연도별, 주제별로 구분해 놓았는데, 남북 정상회담, 한반도, 한국 및 통일 등과 관련해 발행된 우표는 현재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사이트에 우표를 분류해 놓은 주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정치’, ‘군사’, ‘정책’, ‘국기’, ‘국장’, ‘기념일’, ‘사상교양’, ‘선전화’, ‘인물’, ‘조국통일’ 등 모두 72개의 항목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현재는 ‘조국통일’이 빠진 71개 항목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역대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해 발행된 우표들도 해당 사이트에서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000년 10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기념한 우표를, 지난 2007년 11월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간의 세차례에 걸친 회담을 기념한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김일성 국가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러시아, 미국의 정상 등과 만난 것을 기념한 우표는 여전히 검색이 가능합니다.
이와 함께 사이트 ‘조선우표’에서는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 등 남북관계와 관련한 우표도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의 아지프로(agit-prop) 우표정책과 지도자 상징조작 연구’ 논문을 펴낸 정다현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했던 ‘우리민족끼리’, 노동당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는 ‘조선의 오늘’과 같은 대남 사이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 폐쇄와 같은 맥락”이라며 “북한의 대남 전술, 전략을 유의해서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다현 박사 :올해 1월 초까지 박사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북한의 조선우표 홈페이지에서 각종 우표 정보를 확인했습니다. 1월 중순부터 조선우표 홈페이지가 조금씩 바뀌더니 이제는 주제별 분류 가운데 '조국통일'에 해당하는 우표들은 모두 다 삭제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남북 정상회담 우표나 심지어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일어났던 통일혁명당 사건의 한국 인물들을 그렸던 우표들도 다 사라졌습니다.
또한 지난 2004년 4월 발행된 ‘조선의 섬 독도’ 우표, 지난 2005년 발행된 ‘독도의 생태환경’ 우표도 현재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독도 우표를 발행, 한국에 판매를 시도했다가 한국 정부에 의해 거부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조국해방전쟁’ 문구를 포함한, 한국전쟁 관련 우표는 여전히 검색이 가능한 상황입니다.
정다현 박사는 “독도 우표는 한국 수출을 위해 남북 간 차관급 회담에서도 의제로 다뤄진 바 있어 북한의 대남 통일 전술, 전략을 평가할 수 있었던 우표였다”며 “현재로서는 남북 교류와 협력, 대화는 없고 오직 전쟁만 있을뿐이란 북한의 대남 기조를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두 국가론’에 대해 “한민족으로서 장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같은 민족을 핵으로 위협하는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행태”라며 “적반하장 식으로 남북관계 상황을 호도하고 공세적 무력도발을 시도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말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대남선전용 사이트를 폐쇄하고 북한이 운영하는 사이트 내의 통일, 한국 등과 관련한 용어를 삭제한 바 있습니다.
또한 남파간첩에게 지령을 보내던 평양방송 및 6.15북측위원회, 민화협을 정리했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폐지 및 남북 합의 무효화 등을 선언했습니다. 노동당 내 전문부서인 통일전선부는 외무성에 흡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