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조치 어떻게 이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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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5시간여에 걸쳐 연쇄적인 폭파 방식으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비핵화 의지가 있었다면 핵실험장 폐기보다 핵 사찰·검증 방식에 대한 합의를 먼저 도출해야 했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한국을 비롯한 5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2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20여분까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현장을 취재한 국제기자단에 따르면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 가운데 첫번째로 2번 갱도의 폐기 절차를 진행했습니다. 이곳에선 지난 2006년 첫번째 핵실험을 제외하고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총 다섯차례의 핵실험이 감행됐습니다.

폭파에 앞서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이 사전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설명회 직후 2번 갱도에서 200미터 거리에 있는 북한군 4명이 폭파 준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현지 취재진에 따르면 2번 갱도 폭파 당시 약 세차례에 걸쳐 폭발음이 발생했습니다. 2번 갱도 폐기 직후 인근에 있는 관측소도 폭파됐습니다.

북한은 약 3시간 뒤인 오후 2시 14분께 4번 갱도와 인근의 관련 시설에 대한 폐기 절차도 진행했습니다. 약 30분 후에는 핵실험장 인력들이 생활하는 생활건물 본부 등 5곳이 폭파됐고 4시 2분께에는 3번 갱도와 인근 관측소가 폭파됐습니다. 3, 4번 갱도는 1, 2번 갱도와는 다르게 추가 핵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시설로 알려진 곳입니다.

북한은 마지막으로 오후 4시 17분께 풍계리 내의 군 관련 건물 2동도 폭파했습니다. 1번 갱도에 대한 폐기 절차가 진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1번 갱도는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이 진행된 곳으로 1차 핵실험 이후 해당 시설이 방사능에 오염되면서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3개 갱도의 내부 핵실험장까지 완벽하게 붕괴시키는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해선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지난 12일 외무성 공보를 통해 밝힌 것처럼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진행했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은 더 이상 재사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을 폭약을 사용해 붕괴시킨 후 입구를 막으면 지하 핵실험장으로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들어간 뒤 합의 하에 폭파할 수도 있는데 그전에 폐기를 했다는 점에서는 조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 풍계리 핵실험장에 있는 갱도 3개의 내부까지 붕괴시켰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핵실험장은 유지하고 입구만 폐쇄하는 수준의 조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앞서 미국, 혹은 국제사회와 검증·사찰 절차에 대한 합의를 먼저 도출했어야 했다”며 “그래야 제대로 된 핵실험장 폐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 북한이 주장한 것은 갱도 내부를 모두 붕괴시키고 입구까지 막겠다는 겁니다. 그것이 실제 이행됐는지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참관단으로 참여한 언론인들이 지하 핵실험장 안을 직접 들어가 확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장을 재사용이 불가능하게 폐기했다고 해도 이를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연결시켜 평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핵 사찰과 검증 방식에 대한 논의에 앞서 이뤄진 핵실험장 폐기는 북핵과 관련된 ‘증거’를 없앤 조치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은 “핵실험장을 조사하면 북한의 핵능력 수준을 파악할 수 있을텐데 북한은 핵실험장을 선제적으로 폐기하면서 이런 접근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