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앞 ‘괴뢰’ 붙이지 않은 북 학생들 사상투쟁 무대에

양강도 청년동맹이 한국 앞에 ‘괴뢰’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사상투쟁 무대에 세웠다. 사진은 평양의 한 기차역에 앉아있는 북한 학생들(기사와 무관).
양강도 청년동맹이 한국 앞에 ‘괴뢰’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사상투쟁 무대에 세웠다. 사진은 평양의 한 기차역에 앉아있는 북한 학생들(기사와 무관). (/REUTERS)

0:00 / 0:00

앵커: 북한 양강도 청년동맹이 한국 앞에 '괴뢰'를 붙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사상투쟁 무대에 세웠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양강도 교육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일 “어제(1일) 오후 3시, 혜산시의 각 초급중학교(중학교)들에서 반동사상문화 척결을 위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되었다”며 “사상투쟁회의는 양강도당 교육부가 아닌 양강도 청년동맹에서 조직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중앙청년동맹 검열에서 지적된 내용들을 가지고 진행되었다”며 “양강도 청년동맹은 지난 5월 중순부터 말까지 중앙청년동맹 학생부의 검열을 받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검열은 그동안 학생청소년들을 상대로 진행한 사상교육 내용을 전면 요해하고 학생청소년들을 직접 만나 사상교육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시험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며 “검열 결과 사상교육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청소년들은 특히 북남 관계에 대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민족화해, 평화통일, 하나의 민족이라는 개념을 버리지 못한데다 대한민국, 한국이라는 표현도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해 검열 성원들을 당황케 만들었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올해 1월 15일, 북한의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회의에서 남과 북을 하나의 국가, 하나의 민족이 아닌 “철저한 타국”,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주민들에게 앞으로 한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반드시 앞에 ‘괴뢰’라는 수식어를 붙이도록 조치했습니다.

소식통은 “한국이나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을 학교에서 수차례 가르쳤으나 학생들이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며 “평화통일, 하나의 민족이라는 표현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4일 “지난 1일 봉흥초급중학교 계급교양실에서 반동사상문화 척결을 위한 학생 사상투쟁회의가 있었다”며 “회의에서 어린 학생들은 물론 일부 학부모들까지 비판무대에 올라 망신을 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상투쟁회의 비판무대에는 북과 남에 대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다가 걸린 학생들, ‘불량청소년 그루빠(그룹)’의 단속에 걸린 학생들이 올라섰다”며 “북과 남에 대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다가 걸린 학생들의 경우 학부모들까지 비판무대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또 소식통은 “양강도 청년동맹에서 회의 지도를 나온 간부가 비판무대에 올라선 학생들의 이름과 잘못을 하나하나 큰 소리로 알려주었다”며 “무대에 올라선 학생들은 학생들이 비판하고, 학부모들은 교직원들이 비판하도록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북과 남이 같은 민족이고 하나의 동포라는 표현은 해방 후부터 지금껏 사용해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있는 말이 아니”라면서 “그런데도 사상투쟁 무대에 올려 비판하는 행위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 일부 사상투쟁회의에 참가한 교직원들의 의견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들 외에도 교복을 입지 않았거나 머리가 길다고 ‘불량청소년 그루빠’에 단속된 학생들이 비판무대에 올랐다”며 “회의에 참가했던 교직원들은 교복을 입지 않고, 머리를 길게 기른 것이 왜 반동사상문화인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들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