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유엔 전문가단 “북 핵개발 여전하며 제재회피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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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유엔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과 관련한 전문가패널, 즉 전문가단의 최종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김진국 기자와 함께 그 핵심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MC: 이번 보고서는 지난 1년 동안의 유엔 대북제재가 어떻게 됐는지를 종합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김진국] 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에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이 작성한 종합보고서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여름 무렵 중간보고서를 작성했고 3월 4일자로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을 총정리한 최종보고서를 안보리에 보고했고, 지난 12일 공개됐습니다.

총 378쪽에 이르는 방대한 내용의 보고서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북한은 핵과 탄도 미사일 개발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석유와 석탄 관련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의 엄청난 증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 The nuclear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mes of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remain intact and the country continues to defy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rough a massive increase in illegal ship-to-ship transfers of petroleum products and coal.)

한마디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비핵화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미국과 대화를 진행하는 시간에도 북한의 핵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불법행위도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행위에 관여한 약 30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MC: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수법이 한층 정교해진 것으로 분석됐다면서요?

[김진국] 기억하시겠지만, 지난달 말 베트남, 즉 윁남에서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나면서 북한 측이 주장한 것은 “대북제재 중 민생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일부 결의를 우선 해제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았다”였습니다.

유엔의 제재 전문가들이 작성한 이번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안보리 제재결의를 피해서 불법거래를 하려는 여러가지 수법이 드러납니다. 제재를 풀어달라는 협상을 하면서 실제로는 안보리 결의를 무력화하기 위한 불법적인 수법을 개발하고 시도해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불법행위는 ‘선박 대 선박' 환적입니다. 공해상에서 배와 배가 만나서 거래금지 품목을 북한 쪽 배에 몰래 싣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석유제품의 불법 환적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MC: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는 1년에 북한으로 들여갈 수 있는 석유량을 50만 배럴로 제한했죠 ?

[김진국] 보고서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북한으로 석유를 싣고 들어간 배들을 분석했는데요, 약 90척의 북한 선박에 90% 가량 석유를 채웠을 경우 1천 400만 배럴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일 년이면 3천만 여 배럴이라는거죠. 북한의 연평균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 350만 배럴의 10배 가까운 수준입니다.

공해상에서 거래된 석유 제품이 북한에 유입되는 창구로는 남포항이 꼽혔습니다. 남포항에서는 금수품묵인 북한산 석탄이 수출되고, 불법 환적된 유류의 수입이 폭넓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MC: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설명해 주시죠?

[김진국] 제재위는 육퉁호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5월 22일 육퉁호는 동중국해 해상에서 다른 나라의 다른 배인것처럼 위장하며 석유를 옮겨 실었습니다.

육퉁호는 코모로 제도 국적의 ‘하이카’라고 배 옆면에 쓰고 등록번호도 하이카 선박의 것을 사용했습니다. 육퉁호의 선주는 이 사건 두 달 전인 지난해 3월 유엔 제재명단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육퉁호와는 거래를 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보고서에 소개된 사진을 보면 석유를 실은 유조선(육퉁호 크기보다 두 세배 커보입니다)과 육퉁호가 동중국해 해상에 나란히 붙어서 석유를 옮겨 실었습니다.

제재위는 선박 위장은 사전에 주의 깊게 기획된 것이라며 육퉁호와 하이카호는 같은 제조업체에 의해 같은 연도에 쌍둥이 선박으로 건조됐다고 전했습니다. 제재위는 대략 23척의 유조선이 석유제품의 해상 환적에 사용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기술했습니다.

MC: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이 불법무기 거래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내용도 있죠?

[김진국]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거래는 매년 전문가단 보고서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제재위는 불법무기 거래, 군사협력 등으로 대북 제재위반 여부를 조사받는 국가로 모두 27개국을 꼽았습니다.

알제리, 앙골라, 보츠와나, 민주콩고, 이집트, 에리트레아, 리비아, 마다가스카르, 모잠비크, 나미비아, 시에라리온, 남아프리카, 수단, 우간다, 탄자니아,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지역이 16개국으로 절반을 웃돌았습니다.

보고서는 이란을 북한의 최고 불법무기 거래처로 지목했습니다.

이란에는 북한 무기수출업체인 청송연합과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등의 현지 사무소가 여전히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했습니다. 이란에 체류하는 북한 인사들이 현금 운반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제재위 전문가단은 보고 있습니다.

MC: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들도 불법거래로 보인다는 내용도 있네요?

[김진국] 전문가단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차들도 주목했습니다. 독일산 메르세데스 벤츠 리무진과 롤스로이스 팬텀, 일본의 고급차 렉서스 LX 570 등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사치품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수출이 금지돼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물품이 북한에 있다면 “명백한 제재위반”이라는 게 제재위의 설명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해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지난 9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등장한 고급 외제차량 등에 대해 대북제재 결의 위반과 관련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대북제재위 관계자가 자유아시아방송에 직접 전했던 내용인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탑승했던 고급 차량 등 사치품의 북한 반입 경로를 조사 중이라고 했고 전문가단의 최종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이번 최종 보고서에는 지난해 4월부터 자유아시아방송이 보도한 중동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고급 호텔에서 제재 결의로 판매 금지된 북한 만수대창작단의 미술품이 판매된다는 내용과 보도 이후 유엔이 조사에 나섰고 결국 미술품 판매처가 문을 닫았다는 자유아시아방송의 후속 보도까지 최종보고서에 사진과 함께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MC: 이번 보고서가 지난해 나온 것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제재의 부작용' 부분 분량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죠?

[김진국] 전문가단은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의 가난하고 영양실조 상태인 주민을 돕는 국제사회의 인도주의 활동이 어려워졌다는 현실을 인정했습니다.

전문가단은 이같은 문제의 해소를 위해 대북 제재에 해당하는 품목이지만, 인도주의적 지원 전달에 필수적인 품목들의 허용 목록, 즉 ‘화이트 리스트’를 만들 것을 건의했습니다.

전문가단은 20여 개의 비정부 기구와 UN기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재명단에 있지만 의료목적이나 인도주의 지원 성격의 물품은 북한으로 들여갈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습니다.

MC: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단의 휴 그리피스 조정관이 일부 외신들과 인터뷰를 했는데요. 어떤 발언을 내놨는지 궁금합니다.

[김진국]그리피스 조정관은 12일 AFP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제재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평가하면서 이것이 북한이 제재 우회 시도를 확대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여러 '허점'에도 불구하고 안보리가 특정 국가에 대해 채택한 제재 결의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라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제재를 우회하고 있지만 이것이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MC: 네, 최근 공개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최종보고서 내용을 김진국 기자와 얘기나눠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