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반동으로 몰릴까’ 극력 말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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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최근 함경북도 부령군에서 한 북한 주민이 무의식중에 한 발언때문에 보위부에 끌려가 두 달 가량 조사를 받다가 풀려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흔히 보위부라 부르는 국가보위성은 방첩기관 겸 비밀경찰로 최고 지도자에 직속된 초법적 기관입니다. 국가보위성은 각 도, 시, 군과 대기업에 산하 기관을 두고 있으며 동, 리 등 말단 지역과 공장, 기업소에 주재원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4일 “요즘 주민들이 발언을 굉장히 조심한다”며 “말 한마디 때문에 조용히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보위부에 잡혀가 2달 넘게 조사를 받던 부령군 주민이 얼마 전(3월 중순) 뜻밖에 풀려나왔다”며 “그는 부령읍 31반에 사는 30대 남성으로 이름은 박종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박 씨가 잡혀간 건 김정은의 생일(1/8)을 맞아 아이들에게 공급된 당과류 선물과 관련한 발언 때문이었다”며 “다음 날 보위부가 그를 데려갔고 직장에는 그를 찾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월 초 어느 날 퇴근하다가 친구 3명과 같이 매대(개인 매점)에서 술을 마시던 그가 선물 당과류를 받고 좋아하는 그 집 아이를 보고 ‘앞으로 태양이 365개가 되면 아이들이 1년 내내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그는 이어 “동생이 잡혀간 후 그의 누이가 동생이 한 말의 의미가 ‘장군님 가문이 대대로 우리나라를 이끈다는 건데 뭐가 나쁘냐?’며 군당위원회와 보위부를 수차례 찾아가 설명하고 항의를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계속해서 소식통은 “워낙 말을 구수하게 잘하고 농(농담)도 잘하는 쾌활한 성격인 그를 말종현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았다”며 “대부분 사람들이 말 반동으로 몰린 그가 풀려 나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2달 넘게 보위부에 잡혀 있다가 가까스로 풀려나온 건 정말 기적”이라며 “주변에서는 누나의 항의와 함께 그가 10년 만기 복무를 마친 제대 군인이고, 작년까지 6년동안 중요 건설을 맡은 돌격대에 나가 성실히 일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본다”고 추정했습니다.

함경북도의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같은 날 “부령에서 30대 남성이 말을 잘못해 보위부에 잡혀갔던 사실이 청진에도 전해졌다”며 “요즘 보위부 정보원들의 활동이 활발한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주 친구가 담당 보위지도원한테 불려갔다”며 “보위지도원은 친구에게 ‘며칠 전 ‘남들은 매년 생활수준이 높아진다는데 왜 우리는 생활이 계속 더 쪼들리는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지 따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다행히 그와 친분이 좀 있는 보위지도원이 앞으로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말을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으로 끝났다”며 “불과 며칠 전 서너 명이 있는 자리에서 생각없이 한 말이 보위부에 그대로 전달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요 몇 년간 말을 조심해라, 길거리에 암행어사가 다닌다 등 주의하라는 신호가 있었지만 설마하고 생각했는데 충격이었다”며 “별치(특별하지) 않은 말도 조심해야 하고 아무리 친한 친구도 다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놀랍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공장, 기업소의 말단 작업반, 각 지역의 인민반에 자체 정보원을 두고 주민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건 보위부나 안전부나 마찬가지 입니다. 안전부 정보원이 누구인지는 사업체계상 해당 기관 초급당비서가 알지만 보위부 정보원이 누군지는 초급당비서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