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미국 대통령과 북한 최고 지도자가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탈북자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보도에 홍알벗 기자입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을 바라본 탈북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회의적 시각을 보이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전화 통화에서 미북 두 정상의 판문점 만남을 ‘정치 쇼’로 규정했습니다.
두 정상이 각각 내년 대통령 선거와 북한 내부 선전용 등 각자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만난 것일 뿐 정작 북한 주민들을 위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핵무기가 확산되면 좋을 게 없다는 건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핵무기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북한 인권은 아예 지워져 버렸어요.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그런 말을 꺼낼 수도 없고요. 마치 북한 주민들을 위하는 것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요. 오히려 북한은 내부단속이 더 심합니다.
영국의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는 한국으로 가기 위해 많은 탈북자들이 목숨을 거는데 북한의 김정은은 누구의 방해나 저지도 없이 너무나도 쉽게 군사분계선을 드나드는 것을 보면서 힘이 빠졌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그걸 보면서, 자유를 찾아 나오겠다는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막고 있는 북한의 독재자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전 세계는 북한 주민의 그러한 아픔은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미북) 정상들의 만남에 대한 또 다른 거짓 평화쇼가 펼쳐지고 있는 것 같은, 그리고 그 평화쇼에 의해서 또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음을 당해야 되는지 이것에 대해서 먼저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아파요.
탈북자 출신으로 역사와 인문학을 가르치는 이나경 강사는 요즘 들어 특히 북한의 아는 사람들로부터 도와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판문점에서 미북 회담이 열리기는 했지만 북한의 비핵화나 힘든 주민들의 생활은 나아진 게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나경 강사: 대북제재로 북한 주민들이 힘들면 김정은이 내부적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에 김정은이 대북제재를 하루 빨리 풀기 위해 트럼프에게 신호가 오기를 기다렸고, 그래서 이번 만남을 마다하지 않았을 겁니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는 순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혼란이 오기 때문에 비핵화를 할 것처럼 쇼만 할 겁니다. (비핵화는) 절대로 하지 않을 겁니다.
탈북자 출신인 북한인권증진센터의 이한별 소장은 이번 판문점 회동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미지 쇄신보다는 북한 주민의 인권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한별 소장: 사실 비핵화에 대해서는 그렇게 기대를 안 합니다, 저희 탈북민들은.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이런 회담을 통해서 북한이 개선될 수 있는 길은 열어놔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이런 회담이 앞으로도 자주 있기를 바라고, 분명하게 핍박당하는 북한 동포들, 인권이 침해당하는 북한 동포들의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통해서 조금 더 개선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반면, 탈북자 출신인 영국의 최성철 조선경제개발연구소 소장은 1일,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환영한다면서, 아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과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안정을 원하는 북한의 입장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경제교류가 이뤄짐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최성철 소장: 아무래도 트럼프가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거 같아요.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고요. 어차피 (미국) 대선이 내년에 있으니까 그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김정은을 초청했다고 하니까, 그 전에 일이 해결되지 않을까 싶구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