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미북 간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목표달성을 위한 로드맵 즉 단계별 구체적 지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데니스 와일더(Dennis Wilder)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방북한 미국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시설의 폐기를 약속했다는 것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해석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 : 비건 특별대표의 발언은 지금까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라는 애매한(vague) 약속이 아니라 문서화된 확고한 약속을 하도록 압박하려는 것입니다. 이번 주말 실무협상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봅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상응조치에는 대북 경제적 제재 완화와 스포츠·문화 교류,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한 관계개선 등이 있을 수 있지만 평화협정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외교적 접촉을 고려하면 2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만, 실무급 협상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을 경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정상회담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최고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것 이외에 우라늄과 플루토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이 파격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도 북한은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수 차례 논의가 됐습니다.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핵물질 추가 생산을 중단하더라도 이미 보유하고 있는 플루토늄, 우라늄, 핵무기는 남아 있는 겁니다. 실무협상에서 한가지 시설이나 장소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위한 단계적 설명을 담은 로드맵 즉 지침서에 합의해야 합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005년 4차 6자회담에 따른 9·19공동성명에서 북한과 첫 번째 단계에만 합의해서 실패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번 협상에서는 모든 비핵화 단계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정상회담에 앞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 : 핵물질 생산시설 폐쇄 다음 조치로는 핵무기 생산시설과 핵탄두 제조공장을 폐쇄하고 고농축우라늄·플루토늄·핵무기를 북한으로부터 반출하는 단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는 끝까지 보유하려 할 것입니다.
하이노넨 전 사무차장은 미북 양국이 상호 신뢰를 구축해 가면서 비핵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2차 정상회담에서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후 실무급에서 추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미국과 북한 이외의 관련국 모두의 책임, 단계적 조치, 모니터링 즉 감시 등을 규정해 의무적으로 이행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특히 시설 해체와 방사성폐기물 제거, 원자로 폐쇄 등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누가 지불할 것인가도 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 금액은 적어도 수 억 달러에서 수 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습니다.